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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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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n 12, 2022
  • 3 min read

글: 엘리자벳 김


당사태견(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개)


일요일인 어제 나의 애견인 “모끼”를 데리고 키호(Kehoe) 바닷가에 갔다 왔다. 날씨는 흐렸고 바람도 찼지만 1월이 오면 더더욱 그곳이 그립다. 인버네스를 지나 만을 끼고 한참 달리면 나오는 키호비치는 친구 나르디오와 그리고 모끼와 함께 자주갔었던 곳이다. 그러나 몇 년 전 그 친구는 노을 저 편으로 걸어가 버렸고 이젠 나와 둘 만 가는 것이 낯 설은지 모끼는 자꾸 두리번 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래, 모끼야! 엄마도 친구가 눈물겹도록 그립단다. 그래서 이 바닷가에 다시 오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니란다. 추억은 아름답기는 하나 가슴을 후비는 아픔이기도 하기 때문이지. 이제 17살이 된 너와도 어쩌면 이 바닷가에 올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콧등이 시려오는 구나. 우리 사는 날까지 사랑하고 행복하자”고 잘 듣지도 못하는 노견(老犬)한테 혼잣말로 중얼거리면 알아듣는 듯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힘이 넘치던 모끼와 갈대밭에서 숨바꼭질 하며 놀기도 하고 파도가 밀려오면,이리저리 뛰어 놀던 그 젊음은 어디 갔을까? 이제는 앞장 서서 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느린 걸음으로 내 뒤를따라 온다. 키호 비치는 내가 사는 곳에서부터 왕복 4시간이상 걸리는 거리라서 그런지 돌아올 땐 피곤에 지쳐 차에서 잠이 드는모끼를 바라보며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음을 실감한다.

오늘 내가 모끼를 데리고 바닷가에 갔던 것은 그에게 할 말이 있어서이다.

“모끼야! 이 엄마가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하기로 했단다.

유달리 엄마 바라기인 네가 질투할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어 입양을 무척이나 망서렸단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종일 자거나혹은 텔레비전 보는 것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너를 생각하니 어쩌면 친구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도 들었구나. 전 주인에게 파양 당한 개라는 구나. 지금은 임시 보호자인 엄마 친구인 L씨가 돌보고 있는 중이야. 전 주인에게 버림받고 가엾게도 여기저기 헤메다 친구네 집으로 들어왔단다. 친구네 집에서 일 년 넘게 정성 어린 보살핌을 받고 살기는 하지만 그곳은 너무더운 곳이라는 구나. 그리고 여러 가지 다른 이유로 더 이상 키울 수가 없다는 구나. 모끼야 너도 2번이나 파행을 당한 후 상처받은 네 마음이 치유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잖니. 모끼야. 누구든지 사랑을 받고 듬뿍 받고 살아도 아쉬운 세상인데 엄마는이 유기견에게도 사랑을 주고 충분히 사랑 받으며 살게 하고 싶단다. 네가 예전에 진돗개하고 같이 살 때 잘 어울렸던 것처럼 새로운 가족하고도 잘 지낼 것이라고 믿어. 너는 외롭지 않아 좋고 나는 산책을 하면서 건강할 수 있어 좋고… 괜찮을까? 모끼야?”


느닷없이 새로운 개를 입양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이었다. 지난 12월 휴가를 맞아 조슈아 공원에도 갈 겸 란쵸 코카몽가에 사는친구네 들렸다.

친구는 이민국 검사로 일하는 딸 집에서 손주들을 봐주고 있었는데 더위가 110도 이상을 오르내리던 작년 여름에 더위에 지친개 한 마리가 딸 집으로 들어와 나갈 생각을 안 하더란다.

우선 목말라 하는 개에게 물을 주고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 준 그녀는 원래 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행이 개에게박혀있는 칩이 있어 개 주인을 찾아 전화를 했지만 개의 주인은 귀찮다는 듯 “자꾸 집을 나가는 개예요, 그냥 당신이 가지던지버리세요” 하였단다. 원래 살던 곳은 친구의 집으로부터 자그마치50마일이나 떨어져 있던 곳이 라는데 어떻게 그곳까지 걸어왔을까? 누군가 그를 사랑해 줄 가족을 찾고 있었을까? 더구나 그곳은 모하비 사막이 가까운 곳이라 여름이면 온도가 120도까지 올라가는 곳이지 않는가? 몇 날 며칠을 길거리를 떠돌다가 집으로 들어 온 개를 보고 안쓰러운 마음에 정성껏 돌보기는 하나 직업상 워낙 바쁜 딸은 개를 키울 수 있는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이다. 휴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려 만나본 그 개는 정말 잘생긴 4살짜리 개였다. 하얀 털에 밤색이 섞이고 파란 눈을 가진 멜라뮤트와 허스키의 중간쯤 되는 개였는데첫 만남인데도 애교가 보통이 아니었다.

개를 키워줄수 있냐는 친구의 말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을 하였으나 솔직히 모끼의 마음을 묻고 싶었다. 바닷가를 오고 가면서 모끼한데 새 가족과 잘 지내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묵묵부답 대답이 없다. 그러한 모끼 얼굴을 바라보며 내 방식대로 해석해 버린다. “ 응 엄마 괜찮아요 잘 지낼께요 남동생 하나 얻는 건데 누나 노릇 잘 할께요” 하고 말하는듯 하다.

바닷가를 떠나며. 노을 저편에 대고 “ 다음엔 모끼와 허스키인지 멜라뮤트인지 둘 다 데리고 올께 ” 나르디오에게 안녕을 고하자 진한 눈물처럼 붉은 노을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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