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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의 시대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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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p 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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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화영 국악 칼럼


코로나는 이전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것들을 더는 누리지 못하는 세상으로 바꾸었다.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외출 시 필수품이 되었고 삼삼오오 함께 모여 누리던 자유는 백신 접종 증명서를 동반할 때 비로소 안심하고 누릴 수 있다. 첨단 기기가 지배하는 편리하고 합리적인 이 시대를 생각지도 못한 바이러스라는 원시적인 매개체가 순식간에 마비 시킨 것이다.


코로나는 예술의 세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일 먼저 공연장을 닫았고 음악가들은 무대와 관중을 잃었다.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 오픈 단계에서 고위험군에 속하는 공연장은 가장 마지막 단계로 일상이 예전과 같은 단계에 진입할 때야 오픈을 할 수있다고 명시한다. 예로부터 ‘배부른 자의 사치’ 정도로 여겨지기도 하는 예술은 근본적인 문제에 밀려 팬데믹에 접어들자마자 우선순위에서 저만치 밀려났다. 인간에게 의, 식, 주와 같은 필수 요건이 선행되어야만 정신적인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라도 예술 없이 살 수 없는 예술가에게는 공연장 개방이 경제적, 정신적 생존이 달린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시대 최대 피해자는 예술가’, ‘코로나 시대 예술가의 우울증’ 등에 관한 기사가 하루가 멀다고 팬데믹 초기에쏟아지곤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한 광경을 코로나 시대에 많이 보았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가수는 자신의 아파트 발코니에서 노래하였고,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같은 공간에서 박수를 치는 관객을 대신해 식물을 관객석에 앉혀놓고 공연을 했다. 테크놀로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았던 음악가들은 클라우드 화상 장비를 사용하여 다른 음악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온라인상에서 레슨을 하기 시작했다. 언제 오픈할지 기약 없는 공연장을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새로운 세상에 한 발 내딛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준 것이다. 작은 공연장은 관객 없이 라이브 스트림으로 공연을 실황 중계하며 무관중 공연일지라도 여럿이 함께하는 앙상블 공연에는 연주자가 마스크를 끼고 공연을 하는 진귀한 광경이펼쳐진다. 모두가 자신의 절박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어느 날, 나이 띠를 한 바퀴 돈 띠동갑 연상의 지인이 말했다.

“저도 선생님처럼 멋지게 살고 싶어요.” 이곳저곳을 다니며 고운 옷을 입고 연주하는 모습이 꽤 근사해 보였나 보다.

“아이고, 전혀 멋지지 않아요. 고달파요.”


몇 해 전, 유럽의 한 왕실에서 가야금 독주를 할 기회가 생겼다. 동화책에서만 보던 왕과 왕비가 있는 왕궁은 생소하고도 무척 호기심 어린 장소임이 틀림없었다. 공연 자체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땅치 않아 하는 만찬장의 오프닝이었지만 – 제대로 된 음향 설비가 없고 공연이 목적이 아니라는 나름의 이유이다 - 왕궁이라는 동화 속의 환상에 한국 음악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릴 기회라는 핑계를 대며 자신을 납득시키고 있었다. 결국 환상 속의 아름다운 장소에서의 공연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여러 상상의 나래와 함께한 짧은 준비 기간은 그 나름대로 꽤 괜찮은 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이렇듯 굳이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무대는 절대불변의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음악 연주자에게는 말이다. 그렇기에 하늘길이 막혀 해외 공연은 갈 수 없는처지에 놓일지라도, 또 현재의 바이러스 상황에 따라 공연장이 다시금 문을 닫아도 ‘취소’라는 단어가 무지막지하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일 년 하고도 절반 이상의 시간을 바이러스의 공포와 더불어 지냈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대유행이라는 두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로 인한 우울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움직였다. 예정된 공연은 취소되었지만 새로운 무관중 공연을 하기시작했고, 비록 좋지 않은 음향이나마 온라인 플랫폼에서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공연을 위해 작곡했던 정리 되지 않은악보들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곡도 쓰게 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을 위해 가야금 음원을 만들어 그 수익금을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기부했고, 새로운 실험 음악을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음악가들과 만들었다. 또 칼럼을 쓰며 한국음악을 소개하고, 20대 이후 손대지 않던 재즈 음악과의 협업을 다시 시도한다. 복잡한 머리와 절박해지는 마음에 한 일들은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당장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결국 일상의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는 시간으로 내게 되돌아왔다.여전히 당면한 10월 공연의 안전이 가장 큰 고민거리이긴 하지만 말이다.


“선생님은 코로나 시대에도 운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는 나이 띠를 거의 한 바퀴 돈 연하의 지인이 말했다.

“그러게요, 운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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