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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떠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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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ov 24, 2021
  • 2 min read

글: 주대식


여름내 푸르렀던 나뭇잎들이 지친듯이 아무데나 떨어져 딩굴고 있다.

'내가 치워야지 언제까지 기다리겠어' 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루던 것을 어제 정원 관리하는 사람들이 와서 말끔히 거둬갔다.

든자리를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 - - 있던 것들이 없어지니까 덕분에 집 앞 마당은 깨끗해 졌지만 왜 그런지 뭔가 다시 더 쓸쓸하고 허전해진다. 그대로 좀 더 둬 둘걸- - - - - .


가을이 깊어지기 전 어느 여름 날 오후, 나는 부음 하나를 받았다.

나보다 한 살 위인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와는 40여년 전, 미국에 와서 알게 되었는데 젊었을 때부터 피우던 담배를 오늘날까지 끊지 못했다. 사인은 폐암이었다.

담배로 인한 기저 질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사망을 애석해 하면서도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했다.

의사의 진단을 받고 집에 가서 요양을 하라는 '선고'를 들었을 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래 된 친구들은 그를 위로하면서 식사도 같이 하고 차도 나눠 마시면서 이별 예식을 연습했다.

의외로 그는 담담하게 그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갑 장교 출신이라 그랬는지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연한 가운데 두려움이나 후회 같은 것은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그러는 그를 지켜보는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채 가을이 오기 전에 나뭇잎 하나가 떨어진 것이다.


엊그제 SNS 통신망에 한국에 있는 고등학교 동창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떴다. 오래 전부터 몸이 아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자주 소통할 수 없는 물리적 거리 때문에 그만큼 관심도 떨어져 있었다.

그의 사망 소식은 '그래,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헤어질 수 있는 거야' 하면서도 그가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 어느 누구의 부음 보다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빗자루에 쓸려가는 낙엽처럼 어디론가 떠나가게 되겠지.

갑자기 쓸쓸해 진다.


느닷없이 엘에이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얼굴이나 한 번 보자고 오겠다는 것이다.

나는 조금 어리둥절 했지만 얼굴이라도 보자고 오겠다니 그 아니 반가울 수가 없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수긍이 갔다. 어느 날 근처에 사는 동네 노인 한 분이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것이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도 있었지만- - - - - -

'이 번에는 왜 그런지 그 '상황'의 주인공이 '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압박감이 들더라구-- - - - -'

만약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 그러다가 친구들 얼굴도 못보고 ----- 그렇게 될 것 같아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다음에 보자- - - -' 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 ! 이 번 기회에 친구들과의 상면을 위한 '순례길'을 떠나는거야.'


우리 부부는 빗줄기를 뚫고 운전해 온 친구와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었다. 수다래야 전에 들어서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지금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화제란 그런 것 뿐이다.

굳이 요즘 한국 사태나 뭐 그런 얘기도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옆에 앉아 있는 집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얘기들, 그 다음에 무슨 얘기가 나올 것이라는 것을 사진처럼 뽑아 낼 수 있는 화제들이지만 우리는 머뭇거림도 없이 녹음기처럼 되풀이 하면서 웃고 또 웃었다.

누구라도 먼저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면 더 이상 그런 자리는 없을 것이다.


유독 이 번 가을에는 마당 앞에 수북한 낙엽만큼이나 울적한 소식을 많이 듣는다.

정녕 가을은 이별의 계절인가.


가을, 떠남의 계절

모두가 / 모두에게서 떠나려 한다

모두가 / 모두를 지우려 한다

훌훌 털어버리고 / 자유로워지자고 한다.

마르지 않은 잎새 하나 / 가슴에 품었다.

지워야 할 나이에 / 다시 새기는 어리석음

어느새 / 하늘이 너무 가깝다.


(홍인숙)


앞집에 단풍나무가 붉게 타고 있다. 나도 가을을 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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