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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면 기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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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b 25, 2021
  • 2 min read

주대식 컬럼


10년도 더 된 옛날이야기.

Y가 서울에 다녀오면서 도록 하나를 가져왔다.

김영택 화백의 개인전 도록이었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작가의 친필 사인까지 들어있었다. 그를 직접 만나봤다고?

김 화백의 이름은 벌써부터 듣고 있었기에 낯설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 같이 반가웠다.

신문에 연재되는 그의 작품과 해설을 열심히 스크랩하면서 언제고 한국에 가게 되면 그를 만나보고 싶다고 마음 먹고 있을 때였다. 신문에 손바닥만 하게 인쇄돼 나오는 작품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데,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해 주었디.

Y는 서울에서 만난 친구가 '좋은데' 구경시켜 주겠다고 해서 따라나섰다고 했다.

인사동에 있는 어느 화랑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전시장으로 들어섰는데 그곳에서 바로 김영택 화백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더라고 했다. Y의 친구는 김 화백과 동기 동창이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Y는 친구의 친구(김영택 화백)를 만나 소개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시장을 나올 때 작가는 도록에다 사인을 해주었고 Y는 내게 그것을 자랑한 것이다.

그 후로 나는 기회가 된다면 김영택 화백의 작품을 하나 소장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

얼마 전에 SNS를 통하여 김 화백이 작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가 세상을 떴다고?

나도 모르는 순간 작은 탄식이 터졌다.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저세상 길을 재촉했을까.

나는 김 화백이 고등학교 일 년 선배라는 인연 외에는 개인적으로 그를 만나본 적도 없고 잘 아는 사이도 아니지만,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그의 이름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가 선배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매체를 통해서 만날 때마다 얼마간의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펜화로 일가를 이룬 큰 화가였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애석한 일이다..

중학교 일학년 미술 시간에 나도 펜화를 한 번 그려본 적이 있다. 당시 선생님은 미개척 분야인 펜화를 우리에게 실험적으로 그려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그것이 무척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은 '펜화는 수정할 수 없으니 한 획 한 획을 정확하게 그어야 한다' 고 말씀하셨다.

*

며칠 전에 서울에 있는 C로부터 카톡 메시지가 들어왔다

'이유는 묻지 말고 주소를 알려주삼' 주소를 알려 달라고 하면서 이유를 묻지 말라니- - - - -

뭔가 보내 주고 싶은 것이 있거나 편지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 - - 며칠 있다가 집사람이 우편물을 들여오면서 말한다.

'당신에게 서울서 우편물이 왔네 - - - -'

반가운 마음에 덥석 받아 들고는 발송인을 확인했다. 짐작 했던 대로 C였다.

손바닥에 감지되는 중량감이 묵직한게 책이다. 발송 표를 보니 우표값이 3만 7천 7백원, 4만원 돈이다.

송료로 4만원 돈을 쓰면서 보내 주려고 한 책이 무엇일까. 급한 마음을 다독이면서 천천히 플라스틱 포장을 풀었다.

'오!' 그것은 김영택 화백의 화집이었다.

'무엇이든지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

이 말이 꼭 들어맞는다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정말 그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있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그 옛날에 Y가 보여준 김영택 화백의 도록을 보면서 그의 작품을 한 점쯤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C가 어떻게 10여 년 전에 품었던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나는 그게 마냥 신기했다.

작품 하나가 아니라 해설을 곁들인 그의 작품집이 통째로 내 손 안에 있는 것이다.

김 화백의 부음을 들으면서 그의 죽음을 애석해 하는 중에 나의 마음을 '알아차린' C가 김 화백의 화집을 나에게 보내 줄 생각을 했다는 것은 우연인 것 같지만 나는 우연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정초에 의미 있는 선물을 받고 나니 올해에는 무언가 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설렌다.

무엇이든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나도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들어 줘야 할 것이다.

(- -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 -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 - -김춘수 '꽃' 중에서 인용)

원하는 일이 있다면 간절히 기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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