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속에 수요일
- .
- Sep 15, 2021
- 2 min read
발행인 칼럼

간혹 신문 제작에 관해 흥미 있는 분을 만난다.
매주 다른 내용을 어디서 수집하고 어떻게 편집하고 누가 그 글을 다 쓰는지 궁금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우리의 경우 수요일 오후 5시까지 인쇄소로 신문 파일을 전송해야 한다.
그리고 1~2시간 정도 대기 한다.
간혹 보낸 파일이 깨지거나 분실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마음 놓고 데스크를 떠날 수 있다.
긴장의 연속
완성된 신문은 거의 1시간 정도 걸쳐 카톡 신문으로 전환해서 독자에게 보낸다. 그리고 밤늦게 마지막으로 전자신문을 만들어 다른 독자들에게 전송한다.
결국 종이신문, 카톡신문, 전자신문 등 3종류로 분류돼 독자들에게 전달하면 한 주가 끝난다. 물론 다 받는 독자님도 계시다;
일주일을 보면 수요일이 가장 긴장된다.
신문 작업 중 이주 중요한 작업중에 하나가 교정이다.
인쇄소에 보내기 전 거의 2시간 동안 긴장 상태에서 기사와 광고 교정을 보게 된다.
특별히 로컬 기사와 기고문들 교정 직업에 신경이 집중된다.
편안하게 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보니 식사를 제시간에 못 할 때도 있다.
몰입해서 본 신문이 인쇄 후 오자나 잘못된 광고를 발견하면 정말 맥이 풀린다.
그토록 정신을 차려서 보았는데 오자가 나오다니.
사람이 하는 일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한두 오자가 발견한 주에 나온 신문은 아주 버리고 싶다.
오자나 탈자 발견 후부터는 신문에 대한 정이 뚝 떨어진다.
정말 보기 싫다.
그래도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선물이 있어 또 잊어버리고 다음 주 신문 제작을 시작한다.
신문은 미리 준비하는 때도 있지만 시간을 다투는 내용이어서 그렇게 미리미리 준비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수요일은 연속된 긴장으로 머리가 지끈지끈한다.
이젠 직업화되었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신문에선 경험자는 있어도 백퍼센트 선수(選手)가 없기 때문이다.
긴장과 걱정이 신문 인쇄 직전의 심정이다.
아이러니하게 기자는 신문을 늦게 보는 편이다.
내가 만들었으니 얼마나 보고 싶겠냐마는 혹시 하는 불안감 때문에 선뜻 열 수가 없는 것이 합리적인 본심이기도 하다.
정성이 들어간 종이신문
이른 아침부터 원고를 최종 정리하고 편집된 지면을 확인해야 한다.
대강 기본 판이 완성되면 교정 또 교정을 보아야 한다.
일련의 과정과 인쇄를 거쳐서 비로소 독자님들에게 전달된다.
왜 새삼스럽게 이런 말을 할까.
종이 신문을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아직도 정성 들여 만드는 언론이 바로 종이신문이다.
혹시 오자 또는 탈자를 보시더라도 이해를 해 주십사 하는 부탁드리는 면도 있다.
현대뉴스를 시작한지 올해가 15년째다.
그동안 동아일보SF지사, 선데이토픽, 선데이교차로를 거쳐 현대뉴스까지 왔으니 오랜 세월 샌프란시스코 언론계에 종사했다.
이민 1세 신문의 아쉬움은 1세에서 끝나는 것이다.
미국 신문처럼 연속되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2세 가운데 한국어 신문업에 뛰어드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안론인 가족들도 꺼려한다.
경제성도 낮은 고된 작업에 사명감으로 버틴다는 선배들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물론 하는 소리로 폄하했던 기억이 되살이난다.
기자도 그럴까?
그 판단은 독자의 몫일 것 같다.
기자의 영역은 아닌 것 같다.
수요일 밤늦은 시간에 웬 신세타령인가.
아니면 넋두리인가.
보통 늦은 시간엔 나의 힐링 도그 덤퍼가 방 문을 밀고 들어 왔는데 이젠 그녀를 만날 수가 없다.
먼저 천국에 갔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긴긴 하루를 글로 남기는 것도 욕심 아닌가.
그래도 내일이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새 신문 준비가 시작되는 날이다. <김동열 기자> 가을에 즐겨 읽던 김미경의 시를 하나 소개한다.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 김미경 덜커덩거리는 기차를 타고 가슴 속 긴 짐 풀어놓으며 한 조각 먼지가 되어 어슴푸레 한 기억 먼 허공에다 날리 우고 가을엔 정처없이 떠나고 싶다. 칡 뿌리 마냥 얽히고 설킨 세상사 부단한 충격을 주는 삶의 고뇌 수 없이 내 안에서 부수어 내릴 때면 줄기차게 퍼부어대는 바람 아린 소리 뒤로 한 채 타인이 되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회상의 먼 그림자 앞세우고 갈바람을 타고 울려 퍼지는 향기와 가슴으로 부는 바람 걷으며 가을엔 추억이 머물다간 자리 찾아 훌쩍 떠나고 싶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