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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 한마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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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b 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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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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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귀가 울린다. 잠을 잘못 자거나 스트레스 받을 일이 있거나 영양섭취가 부족했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위의 나열한 조건이 해결되고 충족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없어지고. 그래서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물론 남편한테 내 증상을 말해 본 적도 없고. 이번에는 남편이 바로 옆에 있길래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귀에서 소리가 나네. 마치 동굴 속처럼 내 말소리가 울려. 이럴 때 현명한 남편이라면 뭐라고 할까. 괜찮아? 병원에 안가 봐도 되겠어? 그러나 공감 능력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없는 나의 멍청한 남편은 말한다. “내 귀도 그런데. 어렸을 때 형이 장난으로 내 귀에다 대고 딱총을 쏜 후부터. 평생 귀가 울리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 집에서 혼자 하는 직장 일이 정말로 따분하고 재미없다. 그래서 남편에게 하소연했다. 정말 지겨워 죽겠다. 휴가 내서 몇 달 푹 쉴까. 남편이 대답한다. “나는 더 지겨워. 휴가를 내려면 내가 먼저 내야 해...” 항상 이런 식이다. 그냥 진득하게 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시작한 건 난데 자기가 한술 더 뜬다. 나의 불평은 쑥 들어가고 한참 동안 남편 말을 듣고 있어야 한다. 짜증 난다. 그래서 웬만하면 말을 안 하게 된다. 불평할 일이 있어도 위로받을 일이 생겨도 그냥 입을 다물게 된다. 그렇지만 내 남편은 다른 남편과 비교해서 괜찮은 편이다. 여태껏 상처 되는 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으니까. 지인 하나도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잊혀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있는 멍울이 있다고 한다. 아기가 태어난 후의 일이란다. 미용실을 운영하면서 육아 경험도 없이 혼자 아기를 키우는 게 너무너무 힘들더란다. 그래서 하루는 남편에게 투정했단다. 아무래도 애를 다 키울 때까지 미용실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 힘들어서 못 하겠어. 그 말을 들은 남편의 얼굴색이 싹 변하더니 단번에 그러더란다. 지금 붓고 있는 곗돈은 어떡하라고? 설사 남편이 그만두라고 한다 해도 전혀 그만둘 생각은 없었다는 그녀. 그냥 남편의 따뜻한 위로 한마디를 듣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곗돈 걱정부터 하는 걸 보고 이런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치밀더란다. 너무너무 섭섭하더란다. 내 주위의 다른 이야기. 남편 차를 가지고 나갔다가 접촉사고가 났단다. 집에 가니까 남편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더란다. 자기를 걱정해서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더니 주차하기가 무섭게 달려들어 차부터 살피더란다. 작은 사고라고는 하나 운전대에 가슴을 세게 부딪쳤던 그녀. 신체의 아픔도 아픔이지만 너무 놀라고 당황스럽고. 무엇보다도 남편한테 미안해 죽겠더란다.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차로 사고를 냈으니. 그래서 잘못했다고 사과부터 할 생각이었는데 부인의 안전 유무보다는 차를 더 걱정하는 모습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더란다. 그래서 차를 남편의 뒤통수를 핸드백으로 있는 힘을 다해 후려갈겼단다. 또 한 지인의 사연. 작은 햄버거 가게를 샀을 때의 일이란다. 며칠 일해보니까 다른 건 괜찮은데 주위에 노숙자도 많고 마약 거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무섭더란다. 특히 하루 매상을 담은 지갑을 가지고 퇴근을 할 때.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대뜸 한다는 소리가 “빨리 생명보험부터 들어놔.” 남자들만 그렇게 눈치 없이 구는 줄 알았는데 여자라고 다를 바 없다. 한 할배의 이야기. 아이들이 다 나가게 되자 그동안 살던 집을 팔아버리고 작은집을 한 채 샀다. 지었는지 백 년 가까이 된 집. 고칠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원래 건축에 취미와 소질이 있었던 할배였던지라 건축 자재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들며 생업에 종사하는 틈틈이 집을 수리했단다. 잘라내고 붙이고 파고 묻고 칠하고 끼우고 맞추는 일을 혼자서. 물론 돈도 많이 들었다. 몇 달에 걸친 작업 끝에 마침내 집수리가 끝났다. 새집처럼 반짝반짝 몰라보게 변한 집 안팎을 부인한테 보여줄 생각에 잔뜩 마음이 부풀었던 할배. 수고했다, 당신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는 등의 칭찬과 찬사를 당연히 기대했겠지. 그러나 할배의 기대는 퇴근한 부인이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집을 둘러보면서 픽, 웃던 부인이 딱 한 마디하고 말더란다. “돈이 좋긴 좋네…” 지인 하나는 음식솜씨가 뛰어나다. 식당 차리면 손님들이 줄을 잇겠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그런데도 그녀의 남편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칭찬을 안 했단다. 그 어떤 음식을 해줘도 그냥 묵묵히 먹기만 하고. 어느 날 참다못해 지인이 물었다. 어때요? 괜찮아요? 맛있어요? 그런데도 아무 대답 없는 남편. 그녀는 이제 요리하는 데에 별로 재미를 못 느낀다. 반응이 있어야 신이 날 것 아니겠나.

우리가 배우자에게서 듣고 싶은 한 마디는 별거 아니다. 애쓰지 않고도 얼마든지 쉽게 자주 할 수 있는 말. 힘들지. 수고했네. 괜찮아. 맛있네. 고마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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