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읽은 독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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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c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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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현진

며칠 전 매주 만나는 지인 네 명이 모 식당에서 도가니탕을 먹었다. 식사 후 맥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는 중 A씨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고 말하자 옆에 앉은 L씨는 맛없게 먹었다고 말한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K씨는 알맹이는 없고 국물만 잔뜩이라고 말하자 끝에 앉은 P씨는 돈값 못하는 음식이라고 불평한다. 같은 음식을 같은 곳에서 먹었는데 그 맛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었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집에 와서 이 글을 쓰면서 몇 시간 전에 점심 먹고 난 후 지인들의 식사 평을 하는 것을 보면서 내 글을 도가니탕에 먹은 것에 비교해 보았다. 어떤 독자들은 잘 읽었다고 평할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별 볼 것 없다고 말할 사람, 그저 그렇다고 평할 사람 등등. 마치 도가니탕을 먹고 난 이야기처럼-.

서양 속담에 사람이 각각이면 생각도 각각이고 보는 것도 각각, 말하는 것도 각각, 모든 것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하나가 없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는 공감이 서는 말이다. 그러나 글 쓰는 사람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말이다. 글 쓰는 사람의 바람은 자신의 글이 모든 사람에게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고 쓴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으로부터 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든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하나로 집약되기를 기대하고 쓰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다하여 최선의 글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한번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쓰다 보면 멈추어야겠다고 다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 이유는 바로 도가니탕을 먹은 후 각자 음식평을 하는 그것이 내 글을 평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생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회에 나와 글을 쓰면서 고민한 것은 내 글을 본 사람들을 의식하고 독자들이 내 글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글에 대한 평가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글 쓰는 사람이 가장 의식해야 할 점은 독자들이 글을 보는 시각, 느낌과 감정, 더 나아가서 사상과 감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글자 한 자, 점 하나 찍는 데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글에는 점 하나 글자 하나에 글 전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30년 넘게 각종 신문 잡지 등에 글을 썼지만 한 번도 만족하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만 남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고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견문을 넓혔다. 그러나 이제 글 쓰는 것을 마치지만 내 삶에 대한 3가지 약속만은 지키려고 결심한다.
하나는 지금까지 글 쓴 내용과 마찬가지로 행동과 사고방식을 일치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본의 아니게 잘못하여 피해를 주었다면 사과하고 앞으로 조심하겠다.
두 번째로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부끄럽지 않게 살 것을 다짐한다. 인간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이 잘못되면 자신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가능하면 순리대로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끄러운 짓도 하고 죄도 범하는 때도 있다. 그때는 정말 부끄러운 마음에 대하여 용서를 빈다. 지금까지 내가 부끄러운 짓이나 행동을 했다면 언제든지 그 충고를 달게 받겠다. 혹시 내 잘못을 말하면 감사하게 받겠다. 아울러 내가 누구에게 부끄럽게 하고 비인간적으로 행동을 했다면 그 사람에게도 사과드리겠다.
세 번째로는 부족한 나이지만 누구든지 내 도움이 필요하면 돕겠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고 혼자의 힘만으로는 세상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누구든지 자기를 필요로 하고 도와달라고 요청받는 사람만큼 훌륭한 사람은 없다. 비록 나는 힘은 없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최선을 다하여 돕겠다는 독자들에게 약속한다.
나는 글을 쓰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각기 가지고 있는 지식, 노하우, 경험 같은 것을 배웠다. 특히 글을 쓰면서 보람이 있었다. 1999년, 샌프란시스코 한국일보사 주최 문예 작품 생활 수기 최우수상, 2005년 중앙일보 뉴욕지사 문예 작품 공모에서 우수상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글을 쓰면서 독자들로부터 받은 많은 조언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내 글을 읽어준 독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부족하고 잘못한 것이 있더라도 널리 용서하여 주기 바란다.
약속대로 1월에는 '나의 인생길'로 내 글의 막을 내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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