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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 여름 날의 잔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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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p 2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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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숙진


이번 주 화요일은 즐거운 명절 한가위이다.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 우리 모두 모여 다정하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나누는 자리이길 바란다. 사실 예전과 같이 한 자리에 모여서 송편을 빚지는 못할지언정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맛있는 식사를 같이 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한것 같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바뀐 환경도 그렇고 나 스스로도 나이를 먹어 갈수록 소소하고 평범한 행복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벌써 2021년도 반을 훌쩍 넘어 스멀스멀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 해는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여름과 작년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시작되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서로에게 공간 있는 삶 속에서생각할 시간도 더 많아진 거 같다. 이상하게 코로나바이러스 전후 생활이 크게 달라진 건 없는데 어떤 의미에선 너무나 달라지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우선 삶의 가치관이 바뀐 것 같다. 내가 하는 일 중에 비중이 높은 일이 메디케어 보험이다 보니 노인분들이 주위에 많은데 그 중에서 몇분이 하늘나라로 머나먼 여행을 떠나셨다. 가끔가다 그 분들의 모습이나 말소리, 웃음소리를 떠올리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은 가도 그 이미지는 산 사람의 마음 속에 영원히남는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의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사람은 어쩌면 죽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삶과 생명력의 유한함을 피부로 느낄 수록 무한함에 대해 갈망이 솟구치게 되는 것 같고 그 갈망은 여러 가지의 형태로 풀어 내게 된다. 종교로, 취미 생활로, 일로, 가족과의 생활로, 게임이나 오락으로, 연애로, 운동이나 샤핑, 아니면 술…

전에는 나도 물질적인 것들을 소유하고 즐기면서 어느 정도 만족했던 것 같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주위에 많은 죽음과 이별을 겪어 봐서 그런지 삶의 유한함에 익숙했던 나는 오히려 물건들은 사람보다 더 오래 간다고 은연중에 느꼈던 것 같다. 남이 보기에 별로 가치가 없는 물건에도 집찹력이 유난히 많기도 한데 사실 그 물건 자체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지라도 나는 그 물건에 지닌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었던 것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고 보니 진짜 ‘하늘의 명을 안다’는 의미가 뭔지 다가 오면서 스스로에 대해서도 좀 더 폭 넓게 이해하게 된다. 잔잔하게 다가오는 잔상으로 스스로의 모습이 활짝 부각되어 뜻하지 않은 깨달음을 얻을 때도 있다.

작년과 올해는 유난히 그런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사함을 느껴야 될 것이다. (사실은전혀 감사하지 않지만…) 어찌 되었든, 스스로의 장단점과 한계치를 모르고 있다면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기도 힘들거니와 힘을 써야 할 때와 물러설 때를 가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참작한 후의 나의 모습은 소소한 행복과 작은 성취에도 감사함과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여름의 뒤안길에서 갈무리하는 마음으로 올 해 마지막 분기를 맞이하고 싶다. 지금 느끼는 잔상들이 실천력 있는 생활과 연결이된다면 먼 훗날 나는 조금이라도 덜 후회되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삶은 너무나도 유한한 것이기에 비교적 가치가 없는 것들에 시간과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걸 계속 상기하며 살아야 될 것이다. 무한한 세상 속에 유한한 삶을 설계하신 신께서는 우리에게 선택권도 같이 주셨다걸 잊지 말고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시간들을 되도록이면 소중한 사람들과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채워나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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