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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개를 기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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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ec 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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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꽁트>

지난주 동네 공원에 갔다가 얼마 전에 죽은 우리 개 덤퍼와 똑같은 종(種) 웨일스 콜키스(corgis)를 만났다.

약간 검정이 가미되었고 다소 커서 숫놈으로 보였다.

주인과 함께 걷고 간식을 먹고 내가 했던 것과 다름없이 하고 있었다.

올해의 가장 큰 손실

올해 달력 한 장이 남겨 있는데 금년 가장 큰 손실은 17년 함께 살았던 덤퍼를 먼저 보낸 것이다.

덤퍼가 죽은 뒤 그의 유품이 아직도 집안에 거의 그대로 있다.

덤퍼가 좋아하던 비프저키며 장난감도 그대로 있다.

목욕 시 사용했던 샴푸며 빗 등도 보이고 그의 또 다른 베드도 이층 화장실에 있다.

주위에선 빨리 버리라고 하는데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의 유품을 모두 버리면 영원히 이별하는 것 같아 주저하고 있다.

죽은 개가 다시 살아올 수는 없지만, 그와의 추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올 한해를 마감하는데 덤퍼를 놓아 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지난달 덤퍼와 비슷하게 생긴 여우가 두번이나 집에 나타난 이후 생각이 더 혼란스러웠다.

단순히 배가 고픈 야생동물이 민가로 내려온 해프닝이지만 나는 그 여우가 덤퍼의 메신저 같은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야간 여윈 듯한 여우가 먹이를 찾아 뒷마당을 돌아다녔지만 나는 죽은 덤퍼가 무슨 할 말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게 했다.

단조로운 무드로

동물이지만 같이 17년을 함께 살았다는 정(情)이 참으로 질기다.

덤퍼도 생각이 있다면 자기 살던 집과 가족을 그리워할까.

동물의 지능이 어린이 2~3살 수준이라고 하니 너무 욕심내는 것인가.

덤퍼가 죽은 뒤 집안은 많이 깨끗해졌다. 우선 개털에서 해방되었고 냄새도 많이 없어졌다.

그 대신 단조로운 생활 무드에 접어들었다.

개와 같이 놀던 시간도 없어졌다.

백세 시대에 접어든 노인들 사이에선 애완동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오랜 결혼생활로 메마른 부부의 감정에 애완동물이 고리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노인들은 자식들이 떠나간 빈자리에 애완동물로 채우고 있다.

미국처럼 개나 고양이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공원에 가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개를 한두 마리 데리고 온다.

거기서 개와 놀면서 자신의 피로도 풀고 심신의 힐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키울 수 있을까

오늘 비슷한 개를 보면서 다시 한번 개를 기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개를 기른다면 젊었을 때처럼 잘 기를 수 있을까.

또다시 개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가지 문제를 사랑으로 짊어질 수 있을까.

17년 전보다 더 많은 생각으로 머리가 무겁다.

개를 다시 기른다는 것은 대단히 큰 결정이다.

개를 먼저 보낸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다시 개를 기른다면 덤퍼를 더 빨리 잊어버리겠지.

덤퍼가 몹시 싫어할 것 같다.

덤퍼가 지난 6월 16일에 죽었으니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다.

엊그제 일 같았는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덤퍼를 기억하는 페친들 가운데 덤퍼의 죽음에 마음 써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아직 개를 다시 기를지 아니면 덤퍼를 마음에두고 살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 애독자 여러분! 2022년 호랑이띠 임인년에는 코로나가 완전히 떠난 보통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합니다. 새해엔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기 바랍니다.

<김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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