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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표시에 관한 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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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r 21, 2021
  • 2 min read

한국 문화 미국 문화 - 구은희 교육학박사 (한국어교육재단 이사장)


미국 학생: “참기름은 얼마나 넣어요?”

한국 선생님: “적당히 알맞게 한 바퀴 둘러 주세요”.

지난 해부터 시작한 한국 요리 시간은 항상 즐겁다. 팬데믹으로 인해서 대면 행사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역발상으로 온라인으로시작한 한국 요리 수업이다. 각자의 부엌에서 미리 재료를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각자의 조리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수업이 이루어진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다보니 요리 강연을 해 주시는 선생님은 일본 동경에서 접속하시고 학생들도남가주와 북가주에서 접속한다.

선생님이 영어로 강연이 힘들어서 필자는 요리는 만들지 않고 통역으로 참여를 하는데 위의 대화에서 보이는 것처럼 ‘알맞게, 적당히, 입맛에 맞게’ 등을 통역하면 학생들은 항상 정확한 양을 원한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물은 500 리터’ 등처럼 정확한 계량치를 숫자로 원한다. 사실 한국 사람들이라면 “참기름을 적당히 알맞게 한 바퀴 둘러 주세요” 라는 말을 들으면 아무런 문제 없이얼만큼을 넣어야 할지 알 것이다. 그러나 영어로 이 말을 듣는다면 분명히 난감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수업이 끝난 후에 요리법을 구글 클래스룸에 올려주곤 하는데 한국 요리 선생님이 올려 놓은 한국어 요리법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올려놓곤 하는데 그것을 번역할 때마다 고민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한 입 크기로 자르세요’라는 표현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어쩌면 사람마다 입 크기가 다르니 가장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으나 수업을 듣는 미국 학생들에게는 정확한 크기를 숫자로알려주는 것이 중요해서 되도록 숫자로 표현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 레시피를 보면 재료 준비 시간은 얼마나 걸리고 요리 시간은 얼마나 걸리며 재료 양은 몇 인분 용인지가 정확히 나와있어서그대로 따라하면 요리에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도 비슷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데 한국 요리법은 어느 정도 요리 실력이 있고 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같은 맛을 내기가 쉽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국인과 미국인들의 단위에 대한 생각 차이는 미국 회사와 한국 회사의 기계 설비 관련 회의에서도 나타난다. 어느 정도의 공간이 필요한지를 의논할 때 ‘넉넉하게, 어느 정도, 닿지 않을 정도로’ 라고 하는 한국 직원들에게 꼭 “그래서 몇 밀리미터로 하려고 하느냐?”고 미국 회사 직원은 묻는다. 작은 오차까지도 용납하지 못 하는 미국 회사 직원들에게 정확한 수치를 제공하지 못 하는 경우 미국 회사에 신뢰를 주지 못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수치로 나타내려고 하는 미국 직원이 여유가 없이 따지는 것이 아니냐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갖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안전과 연관되는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1mm의 오차도 큰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 나라 어머니들은 대충 감으로 알맞게 적당히 손맛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그러한 요리법에 기초해서 레시피를 작성하다보니 ‘알맞게, 적당히, 넉넉히’라는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었지만 이제는 요리를 전혀 모르더라도 레시피대로 따라하면 그 맛을 재현해 낼 수 있도록 꼼꼼한 안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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