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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태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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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b 9, 2022
  • 3 min read

글: 엘리자벳 김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개 2 편)


지난 달 나는 전 주인으로부터 파양당한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를 임시 보호했던 친구로부터 입양해 왔다. 작고 늙은 개 한 마리가 있는 나는 또 다른 개를 키우려고 마음 먹기에 이런 저런 고민을 했었다. 10여 년 전에 진돗개 한 마리를 무지개 다리 건너게 한 전과가 있던 나는 그런 슬픈 일은 다시 일어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충실하고 영리했던 진돗개는 로마 황제의 이름인 “클라우디어스(Claudius)라 불리며 노견(老犬)이 될 때까지 잘 지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 진돗개를 몇 년 키우다가 아는 지인에게 준 적이 있다. 그 개를 놓고 돌아서는데 버림을 받는다고 생각했는지 길게 울던 하울링 소리가 한동안 가슴을 아리게 했었다. 그러나 어린애들이 둘이나 있던 새 주인하고 잘 살고 있겠지 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단 한번도 지인에게 개의 안부를 물었던 적이 없었다. 수개월이 지난 후 지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간 나는 마당에 서서 “클라우디어스”하고 낮게 불러보았다. 그러자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상거지 같은 개 한 마리가 내게 달려오는 것이었다. 온 몸은 씻기지 못해 더러웠고 마구 자란 털은 먼지에 뒤 덮여 야생 늑대 같았다. 또한 그의 눈은 원망과 슬픔과 반가움으로 충혈된 채 그의 몸을 내 다리에 비비며 우는 것이었다. 그것은 꼭 “엄마 왜 이제 왔어요 . 죽을 만치 그리웠어요. 그리고 꼭 올 것이라 믿고 기다렸어요 . 이제 제발 나를 버리지 마세요” 하는 듯 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지인이 말하기를 “입양 첫날부터 새 주인의 손길을 거부한 채 일 주일 이상 단식을 하면서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나중에는 허기만 채우고는 다시 집 밑의 어두운 구석으로 들어가 나오지도 않으며 최소한의 섭취로 견디며 깊은 슬픔 속으로 빠져 지냈다는 것이다. 이름조차 “진돌”이로 바꾸며 친해지려고 애를 썼지만 끝내 정을 주지 않는 그에게 다가 설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제가 다시 데려가도 될까요? “ 하고 묻자 “제발 그래 주세요. 우리 애들한테 단 한번도 전혀 정을 주지도 않고 만지지도 못하게 해서 많이 힘들었어요” 라는 지인의 말에 미안하기조차 했다. 그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다 펫코에 들려 목욕을 시키자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던 그의 모습 역시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다시 클라우디어스는 제 이름을 찾고 오랫동안 엄마 껌 딱지가 되어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늙고 중병이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아니 새로운 강아지 “모끼”가 들어왔다는 이런 저런 이유를 달고 나는 그가 원치 않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한 것이다.

개의 생명의 존엄성이나 감정은 무시한 채 오로지 나 편하자고 한 결정을 지금도 후회한다. 그것은 황제처럼 늠름했던 “클라우디어스”가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았음을 알았을 때 무너져 내렸을 슬픔의 감정선을 이제는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일은 개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책임감을 동반해야 하는지 새삼 느끼게 한 일이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제 또 한 마리의 개를 정말 존중하면서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모하비 사막근처에서부터 북 가주 까지 올라온 것은 우리가 인연이 되려고 했을까?

진돗개와는 습성이 달라서인지 시베리안 허스키 “코디”는 파양 당한 기억은 잊은 채 하루 종일 나만 따라 다닌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사랑 받기 위해 애쓰는 것인지도 모른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뺄까 걱정스럽고 아니꼬운 늙은 “모끼”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짖어대며 질투를 한다. 하지만 곧 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화로워진다.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아는 나는 사랑을 주는 것도 눈치를 보면서 줘야 한다. 먹이를 줘도 할머니인 모끼에게는 잘고 부드러운 것을 , 미소년인(?) 코디에게는 성성썰은 고기 덩어리에 마른 먹이랑 잘 섞어줘야 하니 일이 끝이 없다. 하다못해 산책을 시켜도 노견과는 천천히 걸어야 하고 젊은 애하고는 빨리 걸으며 그의 넘치는 에너지를 만족시켜야 하니 더더욱 쉬운 것은 없다.

유투브 채널을 보면 살아 있는 반려동물을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는 사람들, 산속이나 거리에다 유기하고 또한 학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도 감정이 있는 생명임으로 존중 받을 자격이 있음을 견주들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17년째 동거동락을 같이 해 준 모끼야! 네가 갈 때가 되어 무지개 다리 건널 때 까지 이 엄마가 끝까지 너를 보살펴 줄게 그리고 새로운 식구가 된 “코디” 너 역시 최선을 다해서 행복하게 해 줄게. 우리 같이 인생(人生)과 견생(犬生)을 걸어가 보자. 너희들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기 때문에…. (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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