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대통령 시험

  • .
  • Dec 1, 2021
  • 2 min read

글: 조기조


사람은 자격증으로 말한다. 중요하고 돈이 되는 일은 자격증이 있어야 면허를 받을 수 있으니 자격증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지금은 폐지된 사법고시가 그때는 대단한 등용문이었다. 합격하면 검사, 판사, 변호사가 될 수 있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자격증인가? 근래에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졌는지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경쟁률이 100대 1은 넘는다 하니 50명이 응시하는 고사장 2개에서 딱 한명만 합격한다는 기막힌 현실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교사나 장기복부 군인의 경쟁률이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특별한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공인중개사는 전국민의 관심사다. 소위 복덕방을 발전시켜 관인 계약서를 작성하여 탈세를 막고 공정한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매매금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으니 손에 물 안 묻히고 돈을 번다. 13회(2002년) 시험에서는 26만 명까지 접수했으나, 그 후로 6만 명 선까지 줄어들었다가 지난 10월 30일의 시험에서는 응시자가 다시 40만 명을 넘었다고 한다. 대입수학능력시험과 함께 응시자가 많은 국가고시다.


내가 군에 있을 때 한 법무관이 있었다. 고등고시(사법)를 합격해 법무관으로 군 복무를 하는 사람인데 모든 시험에 한번도 2등을 해 본 적이 없었더란다. 단번에 수석으로 붙으니 그분 보고 한마디 하라시면 “세상에는 시험이 제일 쉬워요!”라고 할 것 같다. 그 사람은 만인의 꿈인 대통령도 시험 쳐서 뽑는다면 응시해 보겠단다. 허허 참.


70년대의 일이다. 나는 자동차가 좋았다. 운전병과 친했다. 운전을 해보고 싶었다. 운전하는 것을 눈 여겨 보았고 몇 가지 질문을 해서 소위 감을 잡았다. 당시의 차는 모두가 수동이었으니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바꾸어야 했다. 속도가 오르고 탄력이 붙어야 다음 기어로 바꿀 수 있었다. 여차하면 시동을 꺼주기도 했다.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가 떨어지면 또 기어를 낮추는 일, 두 발로 감을 잡는 것이 요령이었다. 80년대에 차를 사게 되어 면허증을 따야 했다. 문제집을 사서 틀린 문제만 몇 번을 더 본 뒤 단번에 붙었다. 코스 시험도 쉬웠다. 그런데 시험으로 뽑는다면 대통령도 욕심을 내던 그 어르신이 몇 번을 떨어진 모양이다. 그리 보면 내가 단번에 국가고시(?)에 붙었으니 고등고시도 해 볼걸 그랬나 싶다.


그 후, 미국에 살게 되어 운전면허를 따야했다. DMV(자동차관리과)에서 책자를 구해 단어를 찾아가며 공부하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도로교통법이나 운전 방식이 우리와 약간 달라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딴 것이 오히려 불리하다 싶었다. 눈알만 굴려 백미러와 사이드 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사람은 운전을 잘해도 실기시험에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다. 단번에 붙어 오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갔는데 약간 긴장되었다. 나 혼자 시험을 친다. 한국처럼 특정시간에 많은 사람이 함께 치는 것이 아니었다.


이론시험에 합격을 한 뒤, 날을 잡고 자동차를 준비해 도로주행시험을 치러 갔다. 코도 키도 큰 경찰관이 차를 점검하고는 출발하잔다. 도로 주행이라면 충분한 운전경력이 있으니 별 걱정을 안했지만 앞 유리에 ‘고개를 돌리자!’하고 한글로 적어놓고 차로를 바꿀 때 깜빡이 세 번 이상을 기다리며 눈알이 아닌 고개를 돌렸다. 후진을 할 때는 오른손으로 오른쪽 조수석을 잡고 고개를 뒤로 돌려서 보았다. 어색했지만 떨어지지 않는 요령이라니 그렇게 했다. 한 참을 가는데 뭐라고 지시하는 것을 못 알아들었다. 아마 길 옆에 댄 차 사이에 주차해 보라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런 거냐고 되물었다. 그리고는 영어가 서투니 크게, 천천히 말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얄미웠을 것이다.


주행시험을 30분은 넘게 했던 것 같다. 그 시험관이 이만하면 떨어졌으리라 생각했다는 느낌이다. 돌아와서 체크리스트에 감점을 집계한다. 60점 이하면 또 와야 한다. 두세 번을 점검하더니 합격이란다. 딱 60점이다. 허허! 이래봬도 나, 한국과 미국에서 국가고시를 단번에 붙은 사람이다. 허허허.

Comments


Hyundae News USA   (415)515-1163  hdnewsusa@gmail.com   P.O. Box 4161 Oakland CA 94614-4161
                                                                                                                           ©Hyundae News USA all right reserved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