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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애 시인『푸념 닮은 기도』수상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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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r 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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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살아온 박신애 시인(83)이 지난해 자전적 이야기『물 그림자 유혹』을 출간한 후 1년여 만에, 올 1월 ‘인생 연륜 여든 즈음에’라는 부제가 붙은『푸념 닮은 기도』「북산책」(대표 김영란)를 출간했다.

시인이요 수필가요 소설가로 글과 일생을 함께한 저자가, 인생의 마지막으로 치달으며 응석 부리듯 몰려드는 상념을, 1부 ‘새벽연가’를 시작으로 ‘천지소리’, ‘오늘도 난 너에게 미안했어’, ‘그냥 목 놓아 울렵니다’, ‘나를 찾습니다’, ‘외로운 섬이 되어’ 등 6부로 구성된 한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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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새벽별을 사랑해 온 저자는, 2020년의 좁고 위태로운 골목을 지나며 만물이 조용히 기다리는 호젓한 새벽마다 별들에게 매달려, 일생을 괴롭혀온 도무지 알 수 없는 한 삶의 여정, 인간의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의 생명이 다 하기 전에 그 답을 찾고자 조바심을 낸다. 화합에서 결코 이탈할 수 없는 가늘고 연약한 존재로서 헝클어진 생각들을 빗질하며, 이토록 사연 많은 인생살이가 단 한 번의 꿈인가 반문하며, 이 거대한 삶의 장치 속에 자신을 ‘지키고 부리는 자’와 ‘나’, 그리고 ‘삶의 숨은 이치’를 찾고자 빛살 세어가며 별과 눈을 맞춘다.


50만 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의 COVID-19은 특히 종착역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들에게는 더욱 공포의 대상이고 생사의 문제이다. 또한 평생을 정으로 살아온 그들에게 접촉을 멈추고 살아야하는 일은 까무러지게 외로운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한 생명의 질서가 무너지는 ‘외로운 섬’이 되어 83 나이가 숫자일 뿐이 아니기에 목 놓아 울고 싶고, 늘 발 동동 구르며 급행열차처럼 달려오다 한 바탕 무도회도 끝나 군중도 흩어진 텅 빈 공터에 홀로 남아 비틀거리는 심정이 된다. 사람 사이에 끼어 누구의 손이라도 잡아 흔들어 땀 냄새 살 냄새 맡으며 삶을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 되어, 마음은 허둥대던 시절보다 분주해지고 촉수는 더욱 높아간다.


저자는 “신은 노하셨는가? 징징대며 엄살 부리던 인간들을 단단히 혼내주려 작심한 것인가?”라고 질문하며 “유독 노인들 좋아하는 울긋불긋 꽃 모양 바이러스가 인간의 목숨 보쌈해서 어디론가 허겁지겁 줄행랑쳐 경황없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신은 이 세상 노인 수가 너무 많다는 것을 비로소 알아차리고, 들판의 잡초 뽑듯 무더기로 솎아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침묵의 시간을 천지의 온갖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라는 존재를 찾아볼 수 있을까 하여 사색의 숲에서 외곬 대면으로 캐어보는 진리 탐구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쉴 새 없이 앞으로만 달려온 시간과 질병 앞에 실은 모두 ‘허무 뭉치’인 것을 깨닫는다.

다시 저녁으로 향한 달음박질은 이어지고 내일을 향한 급행열차는 속력을 내기에, 83년 ‘추억 탑’을 올려보며 꾸겨진 휴지 같은 수북한 헛꿈들일랑 용감히 갖다 버리기로 한다. 짙은 어둠 속에 안겨 감사로 다시 새날에 초점 맞추며, 지난날은 모두 사랑 촘촘한 포근한 꽃 이불이었다고 회상한다. 반가웠어! 고마웠어! 사랑했어! 라며 과거와 화해하는 저자는, 먼 것들은 헛된 꿈일 뿐이기에 자신의 마감이 낭패하지 않도록 가까운 것부터 사랑하기로 다짐한다.

저자의 오랜 연륜에서 나온 메시지는, 나이 든다는 것, 산다는 것, 병든다는 것 그리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인생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돌아보게 한다. 써버리지 않은 세월이 조금은 남았기에 눈물 흘릴 낭비의 시간은 없다고 타이르며, 여태껏 지켜온 줄에서 이탈하지 않고 기어코 웃으며 통과할 것이라고 맹세하는 저자, 머지않은 날 이 외딴 섬에서 무사히 빠져나가길 바라며 이제 푸념일랑 거두고 세상을 향해 다시 굳게 노 저어 가리라는 저자의 공표는 저자의 진실 된 기도이기도 하다. 『푸념 닮은 기도』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있는 자만이 쓸 수 있는 존재에 대한 깊은 사색에서 우려낸 시인의 철학적 사유가 드러나는 책으로,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자신의 존재를 캐묻는 이들과 인생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다시 열릴 세상을 기다리는 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박목월 시인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등단한 시인인 저자는 1962년 간호사로 도미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하였다. 1974년 첫 시집『고향에서 타향에서』를 출간한 이래,『찬란한 슬픔』,『언덕은 더 오르지 않으리』,『엄마는 요즘 그래』,『지평선』,『너무 멀리 와서』,『그리움의 그림자 따라』등 시집과 수필집 6권, 자전적 수상집 『물 그림자 유혹』과 『보랏빛 눈물』이라는 소설집 1권을 출간하여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재미 시인협회 회원으로 현재 캘리포니아 주 새크라멘토 근교에 거주하는 저자는 집필 활동과 일주일에 두 번 병원과 자원봉사 단체에서 왕성한 봉사활동을 하다가, COVID-19으로 자택에서 자신의 네 자녀를 위해『푸념 닮은 기도』의 영어 번역에 몰두하고 있다.


저자 이메일 : tempest.island@gmail.com

「북산책」 전화번호 : 408-515-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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