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처럼 안 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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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c 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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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사람이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이 생각처럼 안 된다고 실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취재도 많아졌고, 그런대로 스케쥴도 타이트하다.
오늘 주일 아침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 앞 대시보드 엔진에 불이 들어오면서 뒤에선 연기가 많이 나왔다.
직감적으로 무슨 이상이 일어났구나 싶어 엔진을 끄고 자동차를 살펴보았다.
자동차 문외한이 할 수 있는 일은 보닛을 열어 보고 엔진 오일 체크하는 정도였다.
어제까지도 아무 이상 없이 잘 다녔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나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자동차는 언제 어디서나 고장 날 수도 있지만 교회도 가야하고 12시 취재도 있는데 갑자기 멈추니 행불자가 된 느낌이다.
그동안 자동차로 인한 어려움은 없었는데 중요한 시간에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참 어쩔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스케쥴을 잘 짜고 계획을 세워도 예기치 못한 일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 갈때 어떻게 해야 하나.
변명도 하기 힘든 일에 일일이 사정을 설명한다고 어긋난 약속을 살릴 수 있겠나.
‘철없는 사람’으로 남겨지도록 그대로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구 짐인가?
한 지인이 보내온 글을 보면 나는 전세 사는 사람 같다.
임대 기간이 다 되면 돌려줘야 한다.
그러면 그때 하자 보수는 필수 아니겠나.
오늘 멈춘 자동차도 벌서 14만 마일을 탔다.
그동안 큰 사고도 없이 신문 배달 차로 그 임무를 말없이 해왔다.
항상 고맙게 생각했는데 오늘 그대로 누워버린 것이다.
말썽 없이 잘 달려 주니 주인은 점검도 수리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스스로 파업을 결정한 것 같다.
소설가 박완서 씨는 노년에 이렇게 말했다.
"젊었을 적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하고, 만만한 벗이더니, 나이 들면서 차차 내 몸은 나에게 삐치기 시작했고, 늘그막의 내 몸은 내가한평생 모시고 길들여온,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집 앞에서 멈춘 자동차가 지금은 상전처럼 보였다.
상전이 멈추니 나는 모든 일정을 해명도 없이 그저 접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일찍이 상전을 잘 못 모신 것이 후회스럽다.
사람의 좁은 소견으로 어찌 말없이 묵묵히 서 있는 그 상전의 마음을 알겠나.
오후의 일정을 진행하고 오전에 불발탄이 된 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머리가 지근지근하지만 그래도 해봐야 하지 않겠나.
자동차도 노년의 몸처럼 언제가 부담되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해주었다.
차가 곧 몸이다
트럭 운전사가 생업을 하면서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차가 곧 몸’이라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생각과 의지를 펼칠 수 있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지식도 뜻도 펼칠 수 없고 그냥 끝나게 된다.
트럭도 자신의 몸에 잔뜩 실은 짐을 가지고 목적지에 내려놓을 때까지 역할을 해야 한다.
만약 트럭이 자신의 역할을 못 하면 몸을 잘 다스리지 못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우리의 몸도 제구실을 잘할 때 수명이 길어지는 것처럼 자동차도 수명이 길어야 맡은 바 임무를 할 수 있다.
자동차도 사람처럼 보살피고 애정을 쏟아야 한다.
새 기름을 넣어 주고 필요한 시기에 튠업도 하고 타이어도 바꾸어 주어야 한다.
그저 액셀러레이터만 밟으면 나가는 그런 괴물은 아니다.
오늘 우리 자동차도 자신의 한계를 느끼기 때문에 경고음으로 소리를 낸 것이다. 더 큰 손실이 있기 전에.
우리는 바쁘게 살다 보면 남의 말에 경청하지 않고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마음으로 이미 평가를 하고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의 멈춤으로 인해 나는 상당한 손해를 보았다.
취재 약속을 어겨 신뢰에 금이 간 것이다.
‘차가 곧 나의 몸’이라는 어느 운전 기사의 말을 실감한 하루였다
2202년 임인년 호랑이띠에는 코로나도 물러가고 보통의 일상으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hdnewsu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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