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눈물, 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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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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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진 컬럼

독자들에게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까지 울며 살았다. 철없을 때는 고향에 있는 어머니, 누님, 동생들이 보고싶어 울었고, 철이 들면서 사는 것이 서글퍼서 울었고, 죽을 때가 되니 통한의 후회가 나서 운다.
눈물이 날때면 나는 이 눈물을 끝내기만 할 수있다면 무엇이든지 할수 있다라고 다짐한다.
숱한 눈물을 흘릴때면 철 모르는 나를 데리고 고향을 떠나온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하고 못난 조상을 원망하기도 하고 또 세월탓, 불우한 내 조국의 운명속에 태어난 원죄를 원망한다.
내가 흘리는 눈물은 나뿐아니라 고향을 북쪽에 두고 온 전 실향민들의 한맻힌 눈물이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해 주면 고맙겠다.
피난민들에게 1월이 일년 중 가장 괴로운 달이다. 제 정신으로 한달을 보내기 힘든 달이라 옛날에는 술로 그 괴로움을 달랜적도 많았다. 이북민들이 남쪽으로 피난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6.25사변이 발발하고 1952년 UN군과 국군이 압록강까지 진격하며 한국이 통일이 되는 줄 알았는데 11월 중공군 30만명이 압록강을 넘어 오면서 국군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후퇴하는 국군은 북한땅에 원자폭탄을 투하한다고 방송하면서 남한으로 피신하라고 했다. 그때 많은 피난민들의 무리속에 우리 부자도 함께 함경남도 북청을 떠나 남하하게 되었다. 우리가 타고 온 목선은 2~30명밖에 탈수 없는 작은 배였지만 백명넘게 타 한달동안 표류하면서 부산까지 왔다.
피난민들이 마땅히 갈곳이 없자 정부에서는 수용소에 이들을 가두어 두었다. 수용소는 천장이 뚫려있어 하늘이 보였고, 벽은 판자가 떨어져 나가 매서운 바람을 피할 길이 없어 겨울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나는 그때 10살이었다. 철없는 나는 밤이면 춥다고 울었고 아버지는 옷 저고리를 풀고 맨 속살로 나를 부등켜 안고 언몸을 녹여 주면서 그 독한 겨울을 보냈었다. 그때 울고있는 나를 달래기 위해 아버지는 '나에게 조금만 참으면 집에가서 엄마를 만날 수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눈시울을 적셨고, 그 아버지의 얼굴을 나는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나의 아버지는 피난생활 중 길거리에서 담배 꽁초를 주워 그것을 모아 팔면서 나를 키우셨고, 피난 몇년만에 한많은 피난생활을 등지고 세상을 떠나셨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는 '나는 고향에 갈수 없지만 너는 꼭 고향에 갈수 있을 것이니 그때 가족들을 잘 챙기라'고 유언하시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고향에 가지 못하고 아버지의 유언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내 어린날 철없이 춥다고 울때 나를 감싸안으며 우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그 눈물을 잊을수 없고,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막히는 통한의 눈물이 흐른다. 나는 죽을때까지 그 눈물을 잊지 않고 가슴속에 묻고 갈 것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고생하시면서 나를 대학까지 마칠 수 있는 돈을 숨겨두셨고 나는 무사히 학교를 마치고 군생활도 장교로 지냈고, 전역 후 교사로 편안하게 살수 있게 됐지만 늘 마음속의 고통은 끊어지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렇게 고생하며 나를 키웠는데 나는 몇시간이면 갈 수 있는 산소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고 잘 찾지도 못했다. 정말 주자의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가 생각난다.
나는 세상살면서 육체적 고통을 모르고 살았으나 정신적 고통은 누구보다 겪었고 누구보다 많은 눈물을 흘리며 살았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가슴속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만 그 눈물은 처, 자식도 모르는 나만의 눈물이다.
세월이 수십년 지났지만 피난민 수용소에서 나를 가슴에 품고 흘린 아버지의 눈물에 비하면 내가 흘리는 눈물은 너무나 가벼운 눈물이고 보잘것없는 눈물이라는 것을 늘 자책하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피난민들은 억울하다. 이억울한 울분을 못난 조상들에게 가슴속으로 늘 묻는다. 언제 우리민족은 이 분단된 현실이 끝날 수 있는지, 그리고 이산 가족들은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대답해 달라고.
70년전 피난민 천만이 지금은 십만명도 남지 않았다고 한다. 피난민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피난올때 동안의 소년도 지금은 인생 황혼기에 접어 들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내 여생 속에서 피난민의 눈물이라는 부끄러운 글을 다시는 쓰지 않아도 되기를, 피난민이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서 지우고 죽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앞으로 곧 나의 이 피난민의 한도 끝날 것이다. 내가 이세상에서 살수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참조] 원자폭탄 : 원자폭탄 단 두발로 일본이 항복할정도 위력강한 무기다. 원자폭탄은 원자가 폭발하면서 나오는 열 에너지와 열이 공기와 마찰하면서 일어나는 폭풍 그리고 핵물질 낙진으로 5~20마일까지 인명살상이 가능하며, 현 핵무기는 분자(우라늄)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원자폭탄보다 2~3배 위력이 있다. 현 핵무기는 세계 인구 1/3을 살상 할 수 있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 현재 북한 핵무기 원료는 미국과 다른분자 방식을 쓰고 있는데 그 위력이 더 강력하다고 한다. 핵무기 방사능, 열폭풍, 낙진 3가지 위력이 있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다.
주자의 후회 : 불효부모 사후회-아버지 살아생전 섬기기를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평생 고쳐못할일 이뿐인가 하노라(주자 10후회 중)
주홍글씨 : 미국 소설가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는 주인공 프린이 간통녀라는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살아야하는 불행한 삶의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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