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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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 2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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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식 컬럼

마가복음 9장에 예수가 귀신들린 아이를 고치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아버지가 귀신들린 아들을 예수께 데리고 와서 '할 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겨 고쳐달라고 간청한다.
이에 예수는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고 하자 아버지는 즉시 그 자리에서 믿음이없음에 대하여 용서를 구하고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믿는다고 외친다.
그의 믿음을 보신 예수는 귀신에게 명하여 그 아이에게서 나오고 다시는 들어가지 말라고 하여 그 아이는 병 고침을 받았다. 이 일화의 요점은
1) 믿음으로서 아들의 병을 고칠 수 있었다는 것이며
2) 아버지는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 즉석에서 믿음을 고백하고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용기있는 변신은 그렇게 아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고 그 것은 아버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상은 지난 연초에 우리 교회에서 있었던 목사의 설교 중에 나오는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목사는 믿음을 강조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용기와 변신에 천착한다.
나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들을 위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김동적인 아버지의 이야기로 박찬석 교수의 일화를 빼놓을 수 없다.
꼴등인 아들이 성적표를 고쳐서 일등이라고 해 온 것을 그대로 믿고 아버지는 동네 사람들에게 전 재산인 한 마리 밖에 없는 돼지를 잡아 크게 잔치를 베풀었다
이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아들은 깨달은 바 있어 그 후로 열심히 공부하여 국립대학의 총장까지 되었다는 미담이다. 아들을 키우는훈육 방법으로 아들의 말을 믿어준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다.
나의 아버지도 그러셨을까.
아버지는 내가 대학 입학원서를 쓸 때까지도 나의 진로에 대하여 이래라 저래라 말씀을 단 한마디도 하신 적이 없다. '니가 잘 알아서 해라.' 이것이 전부였다. 그건 어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내 담임선생님과 술을 한 잔 하신 뒤 집으로 선생님을 모시고 오셨다
아니 어떻게 선생님이 아버지와 술을 같이 하셨단 말인가. 나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사건이었다.
잘은 모르지만 아버지는 담임 선생님과 나에 대해서 면담도 하고 진학 상담도 하셨던가 보았다.
군대 마치고 취직을 하기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기를 1년 여 할 때까지도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믿고 기다려 주신 것이리라.
내가 아버지가 되고 아들의 진로을 지켜보면서 초조하고 불안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나도 믿고 기다렸다. 엉뚱하게도 군대를 가겠다고 했을 때는 청천벽력을 맞은 것처럼 아뜩했고 이라크 파병에서 무사히 귀대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어제 아침 CNN에 딕 호잇이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가 떴다. 그의 나이 80이었다.
딕 호잇은 장애인 아들을 양육하면서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긴 영웅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스스로는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아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등을 뛰어 다니며 어마한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모두 아들이 마라톤에 나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 그의 뒷바라지에 온 힘을 쏟아 부은 아버지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심장이고 나는 몸이다.'
'아들과 함께 있으면 하지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 고 한 발언에서 아들을 향한 그의 불같은 사랑과 믿음과 책임감을 본다.
그의 마라톤 능력을 본 전문가가 아들 없이 독자적인 기록에 도전해 보지 않겠냐고 했을 때 그는 아들이 아니라면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그가 아들을 위해 전력질주해 온 이유를 알 수 있었디.
자식을 위한 사랑에서 아버지의 몫은 늘 어머니의 사랑에 가려 빛을 바래기 일쑤였는데 아버지의 믿음도 어머니의 그 것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의 별세 소식을 들으며 나의 아버지, 아버지로서의 나, 그리고 손자를 향한 아들의 아버지 노릇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창 밖에 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저 산등성이에 걸려있는 안개구름 위로 아버지의 모습이 어린다.
나는 과연 몇 점 짜리 아들이며 몇 점 짜리 아버지일까.
*위에 언급한 미담의 주인공 박찬석 교수는 본인의 아들을 편법으로 임용하므로 이 미담이 빛을 바랬다는 후일담이 있음
*딕 호잇의 아들 릭 호잇은 보스톤 대학에서 컴퓨터 전공으로 학위를 받았고 '아버지는 내 날개 아래를 받쳐주는 바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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