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inflam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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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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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안 (MD) 컬럼

오늘은 ‘염증’ (inflammation)에 대해서 써보겠습니다. 우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코비드 역병이 우리 몸에 끼치는 것이, (큰 관점에서 보자면) 감염이 일으키는 ‘염증’이고, 그래서, 염증이 허파에 생기는 것이 COVID 폐렴이고, blood stream까지 갈 때, 패혈증(sepsis)이 생겨서, 사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폐렴과 패혈증은, 내과 의사 중에서도, 병원에 입원한 중증 환자들 보는 ’호스피탈리스트’들에겐 아주 익숙한 병들입니다. 대학 병원들 아닌 미국 병원들 (community hospitals) 많은 수가, 호스피탈리스트가 중환자실 (ICU) 진료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염증에 대해 처음으로 배우는 것은, 의대 2학년이 되면서 (4년 다니는 미국 의대), pathophysiology (병태 생리학)을 공부하면서입니다. 왜냐하면, 이 ‘염증’이라고 불리는 과정이 거의 모든 병이 근본적으로 전개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감염/국소빈혈/암/외상/면역계의 과다작용 (‘알레르기’) 등등이 생기면,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염증이고, 인간이 감지하는 ‘염증’의 증상은, 통증, 붓는 것, 벌겋게 되는 것, 또 다른 부위에 비해서 열이 더 생기는 겁니다. 라틴어로는 dolor, tumor, rubor, calor라고 합니다. 물론, 현미경 쪽으로 봐서는 혈관 확대, 혈관 투과성이 높아짐, 또 여러가지 백혈구들의 작동, 또 이번 코비드 때문에 유명해진 인터루킨 들이 백혈구들에서 배출 됩니다.
다시 말해서, ‘염증’의 역할은, 잘못된 것을, 다시 고치기 위한, 그 ‘힐링’을 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보시면 적절할 겁니다. 문제는…그 염증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균이나 이물질을 없애고, 그 ‘힐링’을 착착 진행해주면 좋을 텐데, 인간의 몸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겁니다.
루이스 토마스 (Lewis Thomas)라고 깊게 존경받았던, 의사/수필가 분이 어느 책에 썼던 예를 빌리겠습니다. 무슨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경찰만 부르면 될 텐데, 경찰도 부르고, 소방관들도 부르고, 육군/공군/해군들까지 다 함께 부르게 된 시스템이라서 문제를 더 크게 일으키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의 기억으로부터의 의역입니다) 사실, 지금, 이 역병의 와중에도, 자주 보는 ‘아토피’ 환자들 같은 경우에는, 교통사고가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교통사고라고 생각한 경찰이, 소방관들, 군인들을 부르는 경우라고 해도 그럴싸한 비유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천식, allergic rhinitis (알레르기성 비염), 습진을 아토피의 삼인조라고 부릅니다.)
물론, 많은 경우의 염증은 그 염증을 유발하는 이유가 뚜렷합니다. 그리고, 치료진들이 해야 하는 것은 그 염증을 유발한 이유를 찾아 제거/방지하도록 해야죠. 코비드 역병 같은 경우는 물론 그 코로나바이러스고요; 요새, 울 회사에서 (또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그 monoclonal antibody (단일 클론 항체) 주입치료는, 그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를 포획해서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또 다른 예: 통풍의 원인은 ‘요산’이라는 어느 인간이나 만드는 부산물이고, 약 중에 하나 알로퓨리놀이라는 약은, 그 부산물의 생성을 막고/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염증으로 가기 전에.
그렇다면, 소염제 (anti-inflammatory), 아니면 영어 직역으로 ‘항염제’는 어떤 작용을 하는 걸까요? 제일 자주 쓰이는 ‘항’염제는 ‘스테로이드’이고, 많은 분이 ‘스테로이드’라는 단어를 들으셨을 텐데, 그 ‘스테로이드’라고 불리는 약들은 (간단하게 말해서) 백혈구의 작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감염이 되면, 백혈구가 가서 싸워줘야 하는데, 가서 싸워주다가 일으키는 사고들이 더 크니, 스테로이드를 줘서 백혈구의 그 ‘기세’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역병이 시작된 작년 1~2월, 스테이로이들 써라, 쓰지 말아라, 논란이 많았고, 어떤 임상 시험에 의하면 스테로이드를 쓴 환자들의 결과가 안 좋았다는 것이 ‘정석’/지침이 되어서 (미국 전체적으로) 몇 개월 쓰지 않다가, 또 어떤 결과에 의하면 스테로이드 중에 덱사메따손이라는 스테로이드가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해서, (미국 전체적으로) 또 한참 덱사메따손만 주다가,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도 코비드 감염되어서 덱사메따손을 받았다는 뉴스까지 나왔습니다. (참고로, 미국 약 치고 믿기지 않게 저렴한 가격입니다.)
오늘은 ‘염증’에 대해서 짧게 써봤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그런데, 제 50 평생, 겪어왔던 것, 지켜봐 왔던 것, 돌이켜 보면, 그 ‘염증’같이, 우리의 몸이 다시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그 ‘힐링’을 해줘야 하는 시스템이, 그 반대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들을 많이 봅니다. 사실, 아주 많네요.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 가족이, 안식처는 커녕 심신을 더 폐허 하게 만든다면? 그래서, 가족을 멀리하는게 ‘힐링’이라면? 환자들을 위해서 만든다는 시스템이 환자들에게 더 해가 된다면? 공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떤 시스템이, 더 큰 문제들을 일으킨다면? 여러분들, 각기, 나름대로 ‘항염제’를 찾으시면서, 지혜로운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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