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질적인 인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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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b 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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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계숙

작년, ‘미나리'란 영화가 상이란 상을 다 휩쓸었을 때의 일이다. 미나리 속의 윤여정 씨의 연기가 그렇게 각광을 받을 만큼이 아닌, 배우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특별하지 않은 연기라고 생각되었던 나는 인터넷을 뒤졌다. 다른 작품에는 그녀의 연기가 어떻게 평가되고 있나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중에는 ‘죽여주는 여자'란 영화가 있었다. 미디어에서도 다루었던 노인들의 성매매에 관한 영화. 그 영화에 관련된 정보를 이리저리 서치하는데 ‘여관바리'라는 단어가 많이 보였다. 도대체 여관바리가 뭘까. 구글에 들어가서 여관바리란 단어를 쳐보았다. 그리고 나는 알아냈다. 나이많은 창녀를 가리키는 말인 것을. 여관주인들과 일종의 계약관계를 맺고 몸을 파는 여자들인 것이었다. 그러니까 손님의 요청에 따라 여관주인은 여자를 조달해주고 여자는 손님으로 부터 받은 화대를 여관주인과 나누는, 그 셋의 암암리의 협상에 의해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소가 여관이므로 여관바리라고 불리우는 것이었다.
지금은 세월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여관이라는 곳이 아직도 서울의 후미진 골목에는 존재해 있다는 사실이 놀라왔고 지방에서 올라온 고단한 여행객들의 하룻밤 숙박을 위한 용도가 아니라 성매매의 장소로서 이용된다는 사실이 또 놀라왔다. 젊고 예쁜 여자들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성매매가 중년, 노년의 여자들에게도 성행하는 한국의 현실. 그 개탄스러운 현실에 혀를 차다가 무심코 '이미지'를 눌렀던 나는 엄마야, 소리 지르며 들고있던 커피잔을 떨어트릴 뻔 했다. 온통 살색 뿐이었다. 살색, 벗은 남녀의 몸사진! 그것도 성교사진. 적나라한 온갖 체위 장면. 또한 여자들의 반나체, 아니면 온나체사진. 그 사진들은 여관바리라는 여자와 성교하는 남자가 미리 카메라를 설치하고 몰래 찍은 것이었다. 여자들은 하나같이 중, 노년 층이었는데, 카메라가 자기를 향해 있는 걸 전혀 모르는 것같아 보였다. 알면서는 남자와 합쳐지고 포개져서 성교에 열중하고 있는, 그런 과감한 모습을 보일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안 보고 싶은 게 있다면 남의 성교장면일 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찍힌 여성의 몸 사진. 여자의 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예술가의 말도 있으나 무방비 상태로 아무렇게나 찍힌 여자의 몸은 정말이지 끔찍하다 못해 슬펐다. 쭈글쭈글 주름이 잔뜩 잡히고 처지고 늘어진 늙은 여자의 몸은. 누가 볼새라(집에는 아무도 없었지만)나는 얼른 인터넷 창을 닫았다. 사진 속의, 영상 속의 당사자들이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모멸적이고 절망스러울까. 망할놈들. 성욕을 풀려고 여자를 샀으면 욕구에나 충실할 일이지. 가장 은밀하고 존중받아야 할(매춘이었든 어쨌든)남녀간의 성교장면을 그런 식으로 까발려서 얻는 게 뭘까. 일부 어린 여자들은 호기심으로,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서, 등등의 어이없는 이유로 매춘에 뛰어들기도 하지만 중년을 넘어 노년의 몸으로 몸을 팔 때는 대개 생계때문일 거다. 그런 피치못할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만 하는 여자들이 변태적인 놈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눈요기감이 되는 세태가 통탄스럽기 짝이 없었다. 경찰은 왜 방치하고 있을까. 단속을 못 하는 걸까, 안 하는 걸까. 하루빨리 경찰의 손길이 저런 나쁜놈들에게 닿기를 기원하면서 나는 애써 그 장면을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그랬는데 얼마후 ‘몸캠' 범죄집단으로부터 협박편지가 왔다. 최근 신종범죄로 성행하고 있다는 몸캠. 내 이메일 주소는 어떻게 알았을까. 편지 내용은 이랬다. -네가 언제 어느 날 '모모 사이트’에 들어간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네가 그 사이트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자위하는 모습을 우리가 찍었다. 명시한 날짜까지 명시한 주소로 5백만원을 송금하지 않으면 우리는 네가 자위하는 영상을 네 가족, 네 친구, 네 거래처 등 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로 뿌릴 것이다....- 나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탄식했다. 이런 이메일을 받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었을까. 남의 성교장면에 생긴 욕구를 참지 못해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를 했던 사람들은. 몸캠에 걸려 고통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뉴스에서 본 적 있다. 인간관계와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사회에서 나의 그런 수치스런 모습이 남한테 보여지고 알려진다는 것은 정말로 견딜 수없는 일일 터였다.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치명적인.
남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인간들, 남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사회의 암적인 그 악질적인 인간들을 청소하는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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