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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 박물관 방문

<꽁 트>


미국을 대표하는 대문호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에 한 분인 존 스타인벡의 기록과 영화 등을 집중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기념박물관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려니 다른 여행객도 있었다.

존 스타인벡은 우리 한인들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다.

특별히 제임스 딘(James Dean)이 출연한 ‘에덴의 동쪽(East of Eden)’은 지금까지 뇌리에 남는 영화다.

기자가 어렸을 때 어머니가 유난히 제임스 딘을 좋아했다.

그에 대한 뉴스며 영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당시 미국 영화계의 반항아였던 제임스 딘이 주는 강렬한 눈빛과 진한 인상에 많은 여성이 매력을 느낀 것 같다. 그런 그는 후일 하이웨이 원(Highway 1)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흠모하던 여성 팬들의 심장을 일시 멈추게 했던 그가 갑자기 죽은 것이다.

'제임스 딘'이라는 특별한 배우를 배출한 것은 존 스타인벡의 작품 ‘에덴의 동쪽’이 출판되었기에 가능했다.

미국 문학계 이단아

존 스타인벡도 배우 제임스 딘처럼 당시 미국 문학계의 ‘이단아’였다.

몬트레이 밸리 살리나스에서 태어난 그는 스탠퍼드 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했지만, 경제적 이유로 중퇴하고 큰 기회를 찾아 뉴욕으로 갔다.

그는 뉴욕에 가서 첫 직장으로 신문사 기자로 활동했다.

사회주의(?)이자 이상주의자인 그에게 비친 비즈니스와 업주들은 가난한 사람을 수탈하는 못된 사람들로 비쳤다.

사회가 불공정한데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침묵을 그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기업과 기업주의 치부를 파헤치는 기사를 많이 썼다고 한다.

신문사를 운영하는 사주로서 광고주나 후원자들의 불평을 계속 듣게 되었고 후일 그를 해고했다,

그 이후 또 다른 신문사에서 일도 하고 막노동자로 삶을 이어갔다.

그는 이 우울한 시대의 불평등를 겪으면서 소설가로서 단련이 된 것이다.

그는 경험을 살리고 체험을 통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고 후일 다시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그가 후일 노벨상을 받았을 때 미국과 영국 문학계로부터 자격 미달이라는 호된 평가와 수모를 겪었지만, 후일 그의 작품은 재평가를 받았다.‘분노의 포도’와 ‘에덴의 동쪽’은 그의 대표작인 작품이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창작 활동을 했다.

그의 소설에는 농촌의 아름다운 경치와 정을 그리워하고, 힘도 없고 돈도 없는 농촌 사람들의 강요 받는 희생에 대한 저항이 끌 없이 펼쳐쳤다.

그가 추구하는 세상은 차별이 없고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는 이상적인 사회를 원했지만, 현실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더 희생만 강요되는 사회에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싸였다.

일부 스타인벡에 대한 나쁜 평가로 그를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

미국에선 유럽과 달리 사회주의 운동이 발을 못 붙이고 있다.

문학계와 영화계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주의 논리에 반기를 들거나 반대하면 매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존 스타인벡도 어쩌면 철저한 약육강식을 추구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공정에 항거한 소설가


그는 3번 결혼을 했을 만큼 가정적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박물관에서 인상적인 것은 그가 개를 데리고 미국 일주 여행을 한 픽업 자동차에 개와 타자기가 잘 배치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뉴욕은 예술인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고 선망의 도시였다.

증오범죄가 판치는 지금의 뉴욕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공포의 땅이지만 여전히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존 스테이벡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공황 시기를 배경으로 많은 소설을 썼는데 대부분 출간 후 10여 년이 지난 후에 그의 작품이 크게 재평가를 받은 것도 아이러니하다.

철옹성 같은 미국 자본주의 기득권에 항거하며 힘없는 노동자와 소외계층의 저항과 애환의 작품을 쓴 존 스타인벡의 일생 순간순간을 그곳에서 맛볼 수 있었다.

미국 밭농사와 딸기의 주 생산 지역 중부 캘리포니아의 비옥한 검은 땅에서 시작된 그의 문학은 예비 작가들이 꼭 읽어야 할 명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기자는 그 곳에 갈 기회가 있으면 꼭 가고 싶었다.

생가는 오래전에 방문한 적이 있어 박물관도 보고 싶었다.

살리나스시의 주민들은 존 스타인벡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심이 대단했다.

거리에는 존 스타인벡 식당도 있고 기념품을 파는 곳도 따로 있었다.

지난 주말 마침 몬트레이 한인회장 이·취임식이 있는 날이라서 취재차 2시간 거리 정도 멀리 떨어졌지만, 금요일 오후에 출발했다. 도착해서 지인과 저녁을 나누고 하룻밤을 잤다. 행사 시작에 앞서 낮에 시간을 내 스타인벡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날 따라 비가 많이 내리고 추운 날씨였지만 가고 싶은 나의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김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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