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뒷마당에 깜짝 출현한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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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ct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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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 트>

한 2주 전에 뒷마당에 여우가 깜짝 방문했다.
아침 식사를 거의 끝내려는 참에 밖을 보니 무슨 물체의 움직임이 보여서 놀랐다.
자세히 보니 다소 마른 여우 아닌가.
이 집에 거주한지 거의 38년이 되었는데 여우 같은 야생동물이 뒷마당에 나타난 것은 처음이라서 상당히 당황했다.
여우가 사람을 공격했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코로나 시대에 야생동물이니 접근 대신 주시만 했다.
상당히 허기진 듯 마당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한참 동안 먹이를 찾는 것 같았다.
특별히 가뭄이 지속되면서 자연 생태계도 큰 시련에 부딪혀 있다.
야생동물은 먹이와 물을 찾아 민가로 내려오는 것 같다.
지금 사는 집은 산파블로 댐과 와일드 캐년 끝자락에 위치한 야산 일부를 깎아 주택 단지를 만든 곳으로 간혹 야생 칠면조가 가족 단위로거리로 내려오고 노루가 뛰는 모습을 본 일은 있어도 이렇게 육식 야생동물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
다시 돌아가 마당 한구석에 새들이 와서 마시도록 물그릇을 놓았는데 나중에 나가보니 뒤엎어져 있었다.
아마도 그 여우가 물을 마시고 엎은 것 같다.
그날은 놀라움 속에 지냈는데 썩 좋은 기분은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 또다시 같은 여우가 나타났다.
덤퍼의 환생(還生)인가
거의 2달 전 17년 동안 가족처럼 기르던 개 덤퍼가 죽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화장까지 하며 명복을 빌었다.
그런데 저희 죽은 개와 입 모양이 비슷한 여우를 보니 여러가지 생각과 상상이 떠올랐다.
불교에서 말하는 덤퍼의 환생(還生)인가.
아니면 메신저인가.
죽은 개에 관한 생각이 여우의 출현과 믹스 되면서 마음의 혼란을 겪게 되었다.
지난 17년 동안 함께 살았던 개를 보낸 슬픈 마음이 아직도 아련히 남아 있었는데 여우의 출현은 무슨 우연인가.
죽은 개의 나이와 여우의 크기로 봐서 환생 같지는 않다.
그러면 메신저인가.
무슨 인연인가. 죽은 개가 자기는 좋은 곳에 편안히 있다는 소식을 여우가 대신 메신저 역할을 한 것인가. 아니면 배가 너무 고파서 살던 집을 다시 찾은것인가.
어떻게 두번이나 나타나서 집에 한참 머물다가 갔는지 생각이 많아진다.
나의 관점에서 죽은 덤퍼가 아직도 집을 그리워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그저 배고픈 여우의 무작정 방문인가.
여우의 깜짝 출현으로 산만한 마음을 추스르고 덤퍼의 사진을 보면서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덤프가 17살에 죽었는데 인간의 나이로 7배수 하면 그녀는 119살에 명을 다한 것이다.
그야말로 천수를 누리다 다른 세상에 갔다.
마지막 운명을 한 날 나의 무릎 위에서 고통이 멈추고 조용히 영면에 들어간 우리 덤퍼의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다.
덤퍼야! 좋은 곳에서 고통 없이 잘 지내고 있지.
여우를 통한 너희 메시지는 마음에 담아 두었다.
잘 쉬어라. 사랑하는 덤퍼야!
우리 가족은 아직도 너와의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어.
또다시 여우가 찾아온다면 너의 메신저로 확신은 더 커질 것이다.
그리운 덤퍼 생각이 그 동안 편안했던 나의 마음을 또다시 짓누른다.
<김동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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