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GONG-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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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l 7,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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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화영 국악 칼럼

2020년 이후,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해 우리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사회 곳곳은 불신이 가득하고,마스크 없이 마음껏 누리던 자유는 행여나 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변했다. 다양한 인종이 어울리던 미국은 다른 인종에 대한 증오범죄로 넘쳐나며 연일 미디어를 장식한다. 다 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이 따로 또 각자 생존하는 사회로 변질하는 모습이 보이기시작한 것이다.
2015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공연장에 한국적인 색채로 장식한 음악이 이국땅의 홀을 메웠다. 서양 타악기를 선두로 25현 가야금의 선율이 공연장을 깨우면 대금과 피아노 그리고 서양 현악기가 연이어 등장한다. 몇 년 전 베이 지역의 오케스트라에서 열정적인 지휘로 청소년들이 저마다의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하도록 끌어내 갈채를 받은 지휘자 윤현진의 작품, GONG-ZONE이다.
서로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공존은 윤현진의 작품에서 공간과 구역의 의미인 영문 Zone을 더한다. 서양악기 바이올린,비올라, 더블베이스, 피아노와 타악기가 국악기 대금, 가야금과 함께 편성된 이 작품은 각 악기가 지닌 여음, Echo가 작품의 주재료로 다루어진다. 서양악기와 국악기는 악기를 구성하는 주재료부터 음색과 울림까지 많은 부분이 상이하다. 현의 특징만을대략 살펴보자면 바이올린은 부드러운 나일론 심 위에 금, 크롬, 알루미늄 또는 은으로 줄을 감싸고, 전통 가야금은 누에에서 뽑은 명주실을 꼬아서 사용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차이가 나는 줄의 특성은 소리에서도 두 악기를 확연히 구분한다. 높은 습도와온도 변화에 강한 바이올린의 현은 커다란 공간을 가득 채우는 볼륨을 지니고 깨끗하면서도 때로는 날카롭게 빛나는 소리를 낸다. 천연 명주실의 현을 사용하는 가야금은 손가락과 맞닿아 크지 않은 따뜻한 소리를 내며 다양한 여음의 울림으로 소리를 표현하기에 작은 공간에서 관객과 마주하여 호흡하기에 적합하다. 현대에 개량된 25현 가야금은 전통 12현 가야금과는 달리 합성줄을 써서 그 울림이 커지고 표현 가능한 음이 많아져 서양악기와의 앙상블에 비교적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전통 가야금처럼 왼손 농현으로 깊은 울림을 표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양손으로 화음을 쌓는 연주방식을 사용하는 등 가야금에서만도 그 특성을달리한다.
이처럼 악기들이 제대로 된 음색을 내며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연주자의 역할도 지휘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특히다른 문화와 전통 속에서 오랜 시간을 두고 발전해 확연한 차이를 지닌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앙상블에서는 작곡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작곡가로서의 윤현진은 그의 작품 공존에서 특성이 뚜렷이 구분되는 동서양의 악기를 연주 후에 나타나는 악기의 여음에서 조화롭게 풀어낸다. 비단 서양악기와 국악기 조합만이 아닌 곡을 연주하는 모든 악기 특징을 잘 활용한다. 국악기 대금이 내뿜는 대나무의 긴 울림은 청중의 호흡을 장악하다가 강력하고 짧은 프레이징의 삽입으로 일순 시간과 공간을 멈추는 듯 곡을 이어가며,바이올린과 비올라와 같은 큰 울림을 지닌 두 악기는 타악기의 소리안에서 부드럽게 포용된다. 여백의 미로 표현되는 한국 예술이 동서양이 함께 하는 그의 음악 안에서 아름답게 살아 숨쉰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종 간에 공존과 공생 없이지낼 수 없는 세계에서 서양과 동양의 각기 다른 정서를 조화롭게 표현하며 음악이라는 또 다른 세상 안에서 다양함과 다름을 공존시킨다.
프랑스 브장송 국제 콩쿠르 결선 무대 진출 및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Jeunesses Musicales’ 국제 지휘 콩쿠르 우승 등 각종 지휘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지휘자로서 일찍이 국제무대의 주목을 받은 윤현진은 한국 KBS 교향악단의 부지휘자를 역임하며 서울시향과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등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다양한 연주회를 이끌었다. 또 작곡가로서 국내외 다수의 작곡 콩쿠르에서수상하고 그 작품이 오스트리아와 서독 방송 등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색채가 담긴 한국 고유의 음악을 창작하는 프로젝트를 이어간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음악 연주자로서 한국적인 요소가 담겨 있는 작품을 마주할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케이팝 아이돌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시대가 도래했고 한복과 김치, 떡, 불고기 같은 한국 음식이 연일 매체에 소개되며 미나리와 같은단편영화가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게 되었지만, 클래식과 같이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덜 알려진 분야에서 한국적인 요소를담는 여러 시도와 함께 기울이는 많은 노력은 감동을 배가되게 한다. 매 순간 조화와 융합을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한국의색채를 아름답게 담아내는 젊은 지휘자, 윤현진 작곡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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