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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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g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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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벳 김 (좋은나무문학회장)

Carpe Diem Carpe Diem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영광과 아픔의 지금 이 순간은 시간 속에 잡힌 심장 소리와 같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십시오 (seize the day)
영원한 빛은 끝없는 황무지를 가로질러 타오릅니다
우리는 결코 이 순간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이 아침은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지금 이 태양도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 순간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새벽은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이 새벽의 태양도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우리의 호흡은 미약하지만
영원한 것을 소중히 여기십시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카르페 디엠 카르페 디엠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과 마리오 프랑골리스가(Mario Frangoulis)가 듀엣으로 부른 카르페 디엠.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울리는듯한 사라 브라이트의 천상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순간순간을 중요히 여기라는 Carpe Diem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몇 년 전 모뉴먼트 밸리로 출사를 갔던 적이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카메라를 들고 높은 곳에 올랐을 때 마침 해는 지고 있었고 광활한 황무지에 여기저기 솟아있는 사(沙)탑들이 찬란하게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러나 시시각각 그 빛은 줄어들며 어두움이 몰려오고 있는 장면은 어찌 보면 시니컬해 보이기도 했다. 어두워지는 광야에서 어디선가 인디언들이 말을 타고 달려올 것만 같았다. 왜 카르페 디엠을 들으면서 느닷없이 빛에서 어둠으로 변해갔던 모뉴먼트 밸리와 드넓은 광야, 그리고 나의 인생을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짧은 석양의 순간을 위하여 먼 길을 달려왔던 수고가 아깝지 않았었기 때문이리라. 그러한 찬란했던 순간순간이 모여 내게 삶의 의미를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 좋은 나무 문학회 모임이 있었다. 새로운 회원들 몇 분이 들어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연세들이 지극한 회원들을 뵈면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가 생각난다. 그중에서 존 키팅 국어 교사가 한 말을 가끔 기억해 낸다.
“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것들이지.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진정한 목적은 시와 문학 낭만 사랑인 거야. 이러한 것들을 누리기 위해서는 카르페 디엠. 즉 오늘을 잡아야 한다”며 고대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말을 인용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셨기에 인생 후반을 별 어려움 없이 살아가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진정한 목적을 누리기 위해 나온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분들이 살아갈 생(生)만 생각하고 죽음을 잊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닐 것이다. 70.80 평생을 살아본 결론으론 죽음과 생은 서로 다른 페이지에 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 같은 페이지에 공존하며, 뗄레야 뗄 수 없는 파라독스 같은 존재임을 알고 있다. 그러기에 살아 있는 매 순간순간이 더 귀한 것을 느끼는 분들이기에 글을 쓰고, 읽으며, 생각하면서 점점 깊어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리라.
며칠 전에는 은퇴하고 집에서 지내는 친구에게 안부 전화가 왔다. “언제까지 일할 거야? 그만 고생 하고 은퇴를 하지.”라고 권하지만 사실 나는 일하는 것을 고생이라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새벽 4시 조금 넘어 기상을 하여 준비를 하고 일터로 나간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 층으로 가면 온통 정적뿐이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큰 병원 건물에 오로지 혼자뿐이라는 묘한 만족감이 나를 감싼다. 음악을 들으며 지하 창고에 몇 번 왔다 갔다 하며 오픈 준비를 한다. 자주 듣는 음악은 라라 Fabian의 Adagio 혹은 Cole Porter 작곡의 Begin the Beguine 등등이다. 그런데 요새는< 카르페 디엠> 과 정동원의 에 빠져 노래 연속 듣기에 맞춰놓고 커피도 내리고 과일 사라드도 만든다. 고대 로마의 <카르페 디엠>이나 한국의 이나 결국 맥락은 같다며 흥얼흥얼 따라 부르기도 한다.
이제 내 인생에 있어 초록빛 잎새 위에 햇살이 통통 튀던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러한 시간이 더 소중한 것이다. 아침 6시가 되면 모든 준비가 끝나고 “휴 “하고 숨 한번 크게 들이쉰다. 신선한 커피 한 잔과 베이글 반쪽에 크림치즈 바르고 아직 어둠에 잠긴 홀의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즐겁게 하루를 여는 것이다. 대단한 일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이 나의 현실이고 현재이고 삶이기에 열심히 이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내 나름대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실천하고 있고 현재를 즐기고 있는 것이기에(Seize the day)…. (elkimsociet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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