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투표서 생존…유권자 60%대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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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p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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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 "민주당 텃밭서 지지자들 집결…코로나 확산 공포도 한몫" 분석
"경쟁자 엘더 후보, 슈워제네거만큼 대중적 흡인력 발휘 못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주민소환 투표에 부쳐지며 퇴출 위기에 몰렸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지사직 방어에 성공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주민소환 투표 이튿날인 15일 낮 12시 40분까지 약 70%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뉴섬 주지사에 대한 소환 반대가 63.9%, 찬성이 36.1%로 나타났다고 집계했다.
뉴섬 주지사는 소환 찬성이 투표수의 50%를 초과할 경우 주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유권자의 60% 이상이 소환에 반대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최종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며칠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탄력이 붙은 소규모 풀뿌리 (주민소환) 운동에 맞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결집하면서 뉴섬 주지사를 소환하려는 공화당 주도의 시도가 결정적인 패배로 막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뉴섬 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은 2018년 그가 취임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시작됐다. 이번에 투표에 부쳐진 것은 당시 은퇴한 공화당 성향의 경찰관이 낸 청원 중 하나였다. 주요 소환 사유는 이민 정책이었다.
팬데믹은 이 운동에 땔감이 됐다. 강력한 방역 조치로 가게와 식당, 학교가 장기간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은 지쳐갔고 그런 와중에 작년 11월 뉴섬 주지사가 마스크도 없이 미슐랭 별 3개를 받은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열린 절친한 로비스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진이 공개되면서 주민소환 운동에 불이 붙었다.
주민들에게 모임을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뉴섬 주지사에겐 위선자란 딱지가 붙여졌다.
결국 지난 4월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소환 요건을 충족하는 서명인을 확보하면서 '설마' 했던 소환 투표는 현실이 됐다.
공화당은 2003년 치러진 캘리포니아 주지사 주민소환 투표 때 전개됐던 시나리오의 재현을 기대했다.
당시 소환 투표에 공화당 소속 후보로 나선 할리우드 일급 배우 출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민주당 소속의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를 쫓아내고 주지사직을 꿰찼다.
투표 결과를 놓고 보면 낙승처럼 보이지만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뉴섬 주지사가 물러나고 강경 보수 성향의 흑인 래리 엘더 후보가 새로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한 엘더 후보는 무려 46명이 난립한 후보 가운데 19.3%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 선거 때 62%의 지지율로 당선된 뉴섬 주지사가 19.3%의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에게 쫓겨날 상황이 된 것은 이 주의 독특한 주민소환 제도 때문이다.
주민소환 투표는 2가지 항목을 묻는데 첫 번째 투표인 '현 주지사 소환에 찬성하느냐'가 과반의 지지를 얻으면 주지사는 물러나야 한다. 두 번째 투표는 새 주지사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인데 현직이 물러나면 여기서 최다 득표를 한 후보가 새 주지사가 된다.
하지만 현직 주지사는 이 후보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
뉴섬 주지사는 자신이 주지사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 "오늘 밤 우리는 압도적인 '아니오' 표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아니오'가 오늘 밤 표출된 유일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과학, 백신, 팬데믹의 종식, 가짜 사기나 유권자 억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투표할 권리, 자신의 몸·신념·미래와 관련해 스스로 결정할 여성의 헌법적 권리, 다양성에 대해 '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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