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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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 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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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Jan 21, 2021
발행인 칼럼

1월 20일은 조 바이든 시대의 개막이자 트럼프 시대의 마감을 알리는 매우 의미 있는 날이다. 새 대통령 조 바이든의 앞날이 생각보다 순탄치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당선 불복과 경제 여건이 만만치 않고 코로나 감염증(이하 코로나) 퇴치가 너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시급한 일은 트럼프가 남긴 분열의 상처를 매끄럽게 치유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단합을 최우선으로 지적하는 전문가도 많다. 고립주의의 종말 트럼프가 4년 전에 미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미국 제일주의’였다. 모든 것에 앞서 미국과 국민의 이익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정책이다. 미국은 과거 국제사회에서 동맹 관계를 중요시 해왔는데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보호주의 및 고립주의로 국제사회 미아가 되었다. 오랜 기간 일부 미국민은 미국이 지구촌의 경찰 역할을 할수록 세금 낭비와 막중한 책임을 떠맡아 지구촌의 호구(虎口)가 된다고 말했다. 그들은 국제질서의 유지보다 미국 내 시급한 정책이 우선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트럼프는 강력한 이민 봉쇄 정책을 우선시했다. 트럼프는 반대 여론과 무관하게 특정 아랍국가 국민의 입국을 막고 멕시코의 국경에 철책을 세우겠다고 예산을 요구했다. 이민 정책은 한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겐 매우 민감한 문제이고 정부의 정책에 지속해서 반기를 들 수 있는 사안인데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트럼프는 ‘미성년자로 부모와 함께 불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와 살고 있는 소위 다카(DACA 미성년 미국도착자에 대한 이민법적용 연기 조치)와 드리머(비미국인 미성년자를 위한 발전 구제 교육법 해당자)를 비롯하여 불체자 가족 분리 등 라티노와 소수계를 비인간적으로 다루었다는 비난도 받았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유색인종은 반트럼프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특정주에선 트럼프의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로 보답했다. 경제정책 긍정적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글로벌 단위가 아닌 중국 제재에 맞추어졌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경제를 키워주면 민주화가 지속되어 보다 자유를 허용하는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 정부는 무역흑자 등 경제적 이득에만 집중해 결과적으로 미국의 제재를 유도한 측면이 있다. 또한, 밀어붙이는 트럼프 특유의 개성도 중국 무역제재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과 기술 이전 제재도 그렇게 쉽지는 않았다. 무역제재로 중국의 위세에 불안감을 느낀 국민의 자부심을 키워 주는데 효과는 있었지만 실제 무역수지 면에서 크게 이득을 본 것은 적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래도 중국의 첨단 기술 이전과 성장을 억제하는 데 일조를 했고 바이든 새 정부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임기 마지막 주까지 지속하여 미국이 중국의 성장에 얼마나 큰 위협을 느끼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트럼프의 실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백신 개발과 코로나 지원책(PPP 포함)을 꼽는 한인이 많다. 코로나 직후 제2의 대경제공황을 우려했는데 트럼프 정부의 발 빠른 코로나 지원 경기 부양정책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폐업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특히 스몰비즈니스의 경우 PPP로 가계 문을 닫지 않고 살아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은 것도 상당히 성공적인 정책을 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직업 정치인이 아닌 비즈니스맨 출신인 트럼프는 특유의 경제적 촉(觸)을 가지고 처방을 제대로 한 것 아니겠나. 비록 트럼프 시대가 미국 역사상 거의 완전 고용에 가까운 최저 실업률을 보였지만 그의 코로나 정책 실패는 그의 재선을 막는 악재가 되었다. 실패한 대통령 미 국민의 68%가 트럼프의 정계 은퇴를 지지했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암시했지만, 지지자들의 연방의회 습격으로 또다시 하원의 ‘국가전복’혐의로 두 번째 탄핵소추를 받았으며 상원의 결정에 따라 퇴임 후 탄핵을 받을 수도 있다. 트럼프는 지난 11월 3일 대선 후 자신의 패배를 승복하지 않고 계속 불복소송을 제기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조 바이든 취임식을 방해한 것도 비난을 받았다. 그 연장선에서 1월 20일 새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는 매우 드문 모습을 보여 국민을 경악게 했다. 가치와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민들은 트럼프의 잇따른 선거 불복과 소송 그리고 의사당 난입으로 완전히 트럼프와 등을 돌린 것처럼 보인다.
한인사회에서는 트럼프 시대의 마감에 아쉬움을 찾기 힘들다. 지난 4년 동안 그의 노고와 수고가 임기 끝에 벌어진 지지자들의 의사당 점령은 국민에게 상당한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의사당 점령을 명령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적어도 의사당 침입은 막았어야 했다. 자유 세계와 민주주의 최후 보루이자 상징물인 “민주모범’ 권위의 미국의회 의사당이 폭도에게 유린당했다는 것은 미국과 미국민의 수치이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 트럼프 임기 4년은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이었지만 이것 또한 지나갔다. 퇴임 후 트럼프에 대한 처벌에는 반대한다. .트럼프가 앞으로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를 편안하게 쉬게 하는 여유도 보일 필요가 있다. 정치력이 전혀 없는 대통령을 감옥에 넣는 자체가 스스로 후진국을 의미하지 않겠나. 한국의 경우 2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다. 미국에선 후진국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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