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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락과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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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ug 11, 2021
  • 3 min read

손화영 (작곡가/연주자) 포구락(抛毬樂)과 스포츠


올림픽 시즌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작년에 개최하지 못한 올림픽이 한 해 늦게 일본에서 한창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도쿄의 신주쿠 소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32회 올림픽을 ‘기념’하는 개회를 선언했다. 57년 전 히로히토 일왕이 18회 올림픽을 ‘축하’하며 개회를 선언한것과는 단어 선택에서 의미를 조금 달리한다. 도쿄 올림픽으로 인한 코로나 19의 확산에 대한 우려와 부담감에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축하하기보다는 그저 기념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보는 시각이다.


한국에 도쿄 올림픽 첫날 금메달을 안겨준 양궁선수들을 비롯해 많은 선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해 지난 5년간 열심히 훈련한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한다. 찰나의 실수로 메달의 순위가 하나씩 밀리기도 하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넘을 수 없는 상대의 실력에 좌절하기도 하는 등 각국 선수들의 드라마 같은 경기를 전세계가 함께한다.


지난 26일에 열린 탁구 혼합복식에서 중국의 선수들은 은메달을 따고 국가에 ‘먹칠’을 했다며 눈물로 수상소감을 전하며 사죄했다. 금메달에의 아쉬움은 그 누구보다 크겠지만 기쁘고 자랑스러워야 할 순간에 눈물의 사죄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는 중국의 민족주의 사회적 배경과도 연관이 있는데 이들에게 메달의 순위는 국가의 자존심이자 실시간 국가의 순위가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민족주의로 인한 과잉 애국 열풍은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중국이 올림픽 메달을 놓치는 것이야말로 반역행위와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자국의 선수를 상대로 일부 네티즌은 입에 담기 혐오스러운 악플도 쏟아낸다.


명예나 체면 따위를 더럽히는 짓을 했을 때 사람들은 흔히 ‘먹칠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영어로는 ‘denigrate’라는 단어를 쓰는데 16세기 라틴어 denigratus에서 유래된 ‘완전히’를 뜻하는 de-와 ‘검정’을 뜻하는 niger 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보자면 그 유래는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의 최고 교육기관인 국자감(國子監)은 성균관(成均館)으로 이름을 바꾸며 조선 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그 명맥을 잇는다. ‘성균’은 주례의 대사악에 나오는 용어로 음악을 조율하는 것과 같이 어그러짐을 바로잡고 지나치고 모자라는 것을 고르게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바른 뜻을 가진 최고의 교육기관인 성균관에도 요즘의 대학 신입생 환영회와 같은 신방례(新榜禮), 또는 접방례(接房禮)가 있었는데, 선배들이 성균관에 합격한 후배들에게 무리한 과제를 주고 과제를 수행하지 못한 신입생에게 벌칙으로 얼굴에 먹칠을 하였다. 비단 조선의 성균관에서만 체면이 손상되도록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은 아니다. 그 유래는 고려의 문종 27년, 1073년의 궁중무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간에서 사랑받던 포구 놀이가 고려 문종 시절 13명의 기녀에 의해서 처음 공연되었는데 이후 조선 세종 때 이 포구락을 포구락정재라고 칭하며 외국의 사신이 올 때나 궁중의 잔치에 향당교주, 보허자, 도드리, 타령과 같은 반주 음악과 함께 선보였다.


던질 포(), 공 구(), 즐길 락()의 한자 그대로 포구락은 마치 요즘의 스포츠 경기인 농구와도 같은 형태를 띤다. 무대 중앙에 나무로 만든 포구문이 놓여있고 문에는 풍류안이라는 구멍이 뚫려있는데 춤이 시작되면 무희들은 풍류안에 공을 차례로 던져 넣는다. 이때 공을 넣은 사람에게는 꽃을 상으로 주고, 넣지 못한 사람에게는 벌칙의 의미로 얼굴에 먹점을 찍는다. 춤을 추는 무희들조차 공을 넣어 꽃을 상으로 받을지 얼굴에 먹점을 찍을지 알 수 없기에 보는 이들을 흥미진진하게 하며 유희적 요소를 더한다. 단순한 노래와 춤에서 그칠 수 있는 궁중무용에 상벌이 있는 즐겁고도 재미있는 놀이라는 행위는 마치 오늘날의 스포츠 경기를 연상케 한다. 비록 벌칙으로 얼굴에 먹점을 찍는 행위가 오늘날 수치와 불명예의 의미로 쓰이기는 하지만 당시 춤을 추며 공을 던지는 무희들은 얼굴에 먹칠을 하고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보는 사람들도 시종일관 무희와 함께 즐긴다.


스포츠는 다른 선수들과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며 결과보다는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단순한 기록경기가 아닌 타인에 대한 존중과 자기 단련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정정당당히 경기하고 아쉬움은 잠시 뒤로 한 채 상대 선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한국의 태권도 선수와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무한한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하여 보는 사람들에게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든 한국의 높이뛰기 선수, 한마음으로 드라마와도 같은 경기를 보여준 한국 여자배구팀 등 즐기며 도전하고 희망을 주는 경기를 펼친 모든 선수에게 감사하며, 당신의 도전은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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