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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잘 사는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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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n 5, 2022
  • 2 min read

글: 이계숙


처연하고 어두운 한국영화 한 편을 보았다. ‘젊은이의 양지’라는. 나이들어서는 밝고 가볍고 유쾌한 내용을 선호하게 되는데, 등장인물이곤경에 처하거나 극한 상황에 놓이는 내용은 감정이 출렁거려서 못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끝까지 봤다.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그러나영화는 끝까지 기대를 저버린다. ‘젊은이의 음지’가 되어버린다. 아파트 대출금을 다 갚는 게 꿈인 오십대 여성 세연. 채권추심콜센터의 센터장이라는 그럴 듯한 직함을 갖고 있지만 실적이 안 좋으면본사 발령이 되지 못 한다거나, 콜센터 자체를 없애버리겠다는 상사의 협박과 무시와 조롱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얼음 걷듯이 살아간다. 그녀의 딸 역시 삶이 위태로운 건 마찬가지. 대학졸업 후 서른 여덟번을 도전했던 취업에 모두 실패하고 한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 굴욕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정규직을 위해 안간힘을 써보지만 끝내 좌절되면서 피폐해진다. 게다가 세연과 극심한 불화까지 겪으며 딸은 자살을 감행한다. 세연의 산하에서 일하는 열아홉살 준. 용변도 제때 볼 수 없어서 기저귀를 찬 채 돈 갚으라는 독촉전화를 매일 수백통하는 일이다. 어이없게도 돈을 연체한 사람들이 더 당당해서 준에게 욕설과 멸시와 인신공격 섞인 악담을 마구 퍼붓는다. 그럴 때마다 준의 자존심과 자존감은 무참히 무너지고. 화장실 가는 시간도 휴식시간에서 까고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까는, 부당하고 비인간적이고 비합리적인 노동환경을 감수하며준이 묵묵히 일하는 이유는 거길 그만 둔다해도 나은 환경의 직장이 나타나리란 보장이 없으니까. 사진작가가 꿈이지만 그의 꿈은 그늘에 핀 풀꽃처럼 하루가 다르게 시들어 간다. 어느날 밤, 근무를 마치고 67만원을 받으러 채무자를 찾아간 준. 어린 딸을 둔 젊은 여성인 채무자는 매춘으로 번 돈 20만원을 준에게내주면서 남은 돈 대신 몸을 주겠다며 속옷을 벗는다. 그녀를 감당할 수 없는 준은 울면서 상사인 세연에게 도움요청 전화를 해보았지만돌아온 건 돈을 다 받아 오라는 싸늘한 목소리. 그러다가 여성의 집에서 벌어진 끔찍하고 참혹한 광경을 목도하고는 결국 준도 비정하고무서운 세상을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을 세운다. 한국에서 소시민으로 밥벌이를 하며 살아간다는 게 참 쉽지않아 보인다. 고통스럽고 비참하다. 영화 제작 년도가 2020년, 지금도 한국어디선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생한 현실일 것이다. 한 신문에서 과로로 숨진 한 택배기사의 일상을 여러 회에 걸쳐 집중 조명했다. 그는 하루에 열 여덟시간 씩 물건들을 분류해 배달하던중 트럭 운전대에 엎드린 채 숨졌단다. 열 여덟 시간이라. 정말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스케쥴이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나 몰라라 뒷짐지고 있고 택배기사는 회사의 방침을 따르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지라 죽을둥살둥 일했다는 것이다. 재작년, 한 해에도 스무명 가까운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는데 그중 한 택배기사는 새벽 4시 28분에 퇴근하며 동료에게 ‘저너무 힘들어요'라는 문자 메세지를 전송한 후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한국갈 때마다 방문하는 중국 맛사지업소의 한 남자는 ‘조선족’이기 때문에 말로 표현 못할 비하와 수모들을 당한다고 내게 하소연했다.이름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짱깨' '철가방'등으로 불리웠으며 조선족이기에 집을 빌릴 수 없어 한동안 여관방을 전전하기도 했고한국물정을 잘 모르는 자신을 이용해 사기치는 사람도 수없이 많았다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단 시일내에 괄목할 외적 성장을 이룬 나라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반면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예의는 오히려 후퇴한 것 같다. 위에 쓴 인물들이 아니더라도 입주자의 횡포에 못 이겨 자살하는 경비원들에 대한 소식이 끊임없이 들린다. 경비원들 뿐만아니라 회사에서도, 병원에서도, 군(軍)에서도 상사의 갈굼에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한 둘인가. 괜히 자살률 세계 1위가 아닌 것이다. 참 개탄스럽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국은 살기는 좋은 나라일지는 몰라도 행복하기는 어려운 나라인 것 같다. 저임금과 살인적인 근무시간 속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비탄과 신음과 눈물과 한숨이 사라질 때, 피부색과 언어가 달라도, 빈부의 격차가 나도 서로 위하고 사랑할 때, 그때야말로살기 좋은 나라는 물론 행복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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